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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18. 2023

@소통잡화점 931 <한 번에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하기

@소통잡화점 931

<한 번에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하기>     


1.

“저, 예약 좀 하려고 전화 드렸는데요, 다다음주 화요일 저녁 7시 반 4명이고, 안쪽 룸으로 좀 잡아주세요. 메뉴는 코스 요리로 할게요.”

이렇게 우다다 한 번에 쏟아내면, 상대방이 전부 알아들을 수 있을까. 결국 처음부터 하나하나 확인하며 대화를 다시 해야 한다.     


2. 

말하는 사람은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꽤 오랫동안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캘린더 어플켜고 다른 약속과 맞물리지 않나 확인한 뒤, 단톡방 다른 멤버들 일정까지 고려했다. 검색으로 그 음식점 메뉴들을 훑어보고 어떤 음식을 먹을 지도 결정했다. 사진을 보니 안쪽 룸자리가 조용하고 좋아 보인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예약통보만 하면 된다. 의기양양하게 음식점에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예약 해주세요.”

/“그 날은 예약이 꽉 찼는데요?”

/“코스요리는 이제 안하는 데요?”

/“룸은 공사하느라 손님 못받는 데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했다. 예약 가능한 날짜와 시간대, 자리와 메뉴까지 하나하나 질문을 새로 해야 한다.      


3. 

소통은 서로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내가 한마디 하면 상대가 그 한마디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인다. 나는 그 위에 내 의견을 더 얹으며 질문을 추가한다. 핑퐁핑퐁 대화가 오가면서 점점 살이 붙어 나간다. 결국 모든 내용이 다 결정되면 소통이 끝난다.      


나 혼자 마구 달려 나가면서, 소통이 잘되리라 기대하면 안 된다. 상대가 나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멀뚱멀뚱 제자리에 머물고 있으면, 원점에서 아무 진전이 없는 상태다. 내가 한발 내디뎠으면 상대도 그 자리까지 잘 따라 왔는지 일일이 확인하며 나아가야 한다.     


4. 

“네, 잘 알겠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뚝.”

내가 주르륵 긴 문장을 읊은 뒤, 상대가 단번에 전화를 끊으면 어떨까. 아주 똑똑한 직원이라며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다다음주라고 한 말을 다음 주로 잘못 알아듣지는 않았을까, 7시 반 시간은 확실히 들었을까. 십중팔구 불안한 마음이 든다. 참다못해 다시 확인전화를 걸고야 만다.     


소통할 때는 한 번에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해야 한다. 두 개 세 개 동시에 던지면, 순간적으로 헷갈리기 쉽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말은 글자가 아니므로 문장을 다시 읽으며 필요한 내용을 복기할 기회자체가 없어서 그렇다.      


5.

“안녕하세요, 저 예약 좀 하려고요.”

소통의 첫마디는 항상 상대가 지금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멘트부터 시작해야 한다. 담당직원이 다른 손님 카드결재하다가 단말기 에러가 나서 당황스러워 하는 중일 수도 있다. 두 번째 메시지를 날리려면, “네, 말씀하세요, 손님.” OK 싸인을 들은 뒤 말문을 열어야 한다.     


소통에 대한 훈련이 잘 안된 사람일수록 우다다 화법을 즐긴다. 메모지에 필요한 내용을 전부 적은 뒤 일방적으로 휙 던지는 방식과 비슷하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행동이다. 이런 식으로 소통하다가 어딘가 하자가 생기면 누구 손해일까. 잘잘못 따지든 말든 결국 내 일만 펑크난다. 단계적으로 확인하는 소통은 남을 위한 예의인 동시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까지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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