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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Feb 08. 2024

@1029 <민망하다고 잠수타지 말고 할 말있으면~

@1029

<민망하다고 잠수타지 말고 할 말있으면 얼굴보고 직접 하기>     


1.

“아침 출근 준비할 때 카톡이 울리길래 무슨 메시지인가 했어요. 직원이 오늘 당장 그만둔다면서 이번 달 급여하고 퇴직금 계산해서 오늘 중으로 넣어달라고 하네요.”

아는 후배가 단단히 뿔이 났다. 사실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그나마 카톡이라도 보내면 다행으로 여길 정도다. 아무 말 없이 출근을 안하고 연락 두절되는 경우도 꽤 흔하다.     


2.

“이별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답답한 일은 그 이유조차 모른다는 사실이죠.”

우울 증상으로 건강까지 나빠진 환자가 연인과 헤어지며 받은 상처를 털어놓는다. 며칠 전 만나 밥 잘 먹고 헤어졌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잠수를 타기 시작하고는 이후로 흐지부지 마지막이 되었다고 한다. 전화도 안 받고 문자는 안읽씹으로 방치다.     


한 달이 되었든 1년이 되었든 상관없다. 업무적이든 사적 관계든 그 종류도 관계없다. 일단 사람과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었다면 맺고 끊는 과정은 분명해야 한다. 내 잘못 네 잘못 왈가왈부하며 머리채 잡고 싸우라는 말이 아니다. 고귀한 인격으로 상대의 밝은 미래를 축복해주지 않아도 좋다. 최소한 이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사실만은 적절한 방식으로 정확히 알려주면 좋겠다.      


3.

친구와 영화 보기로 약속했다고 치자. 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늦잠 자고 1시에 눈을 떴다. 후다닥 준비하고 달려가도 최소 2시반이다. 선택지는 크게 3가지다. 즉시 전화로 상황을 고백하고 사과한 뒤 시간을 미룰 수 있다. 또는 다른 핑계를 대며 약속 자체를 취소하는 방법도 있다.     


만일 아무 연락도 안 하고 계속 쿨쿨 잠만 잔다면 어떻게 될까. 그 친구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할까. 오늘 이 시간부로 의절할 각오라도 하고서 그렇게 행동한 걸까. 그 상대방이 연인이든 회사든 모두 똑같다. 이해받고 싶은 나의 사정은 사정이고, 예의 없이 상대를 무시한 행동은 용서받기 어렵다.     


4.

“이제 그만 만나자는 말을 어떻게 얼굴보면서 대놓고 말해요.”

본인은 그런 말 절대 못한다고 버티면서 남이 나에게 그렇게 행동하면 분개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민망하고 어색한 순간을 무조건 피하려고만 들면 결코 어른이 될 수 없다. 내일이 없이 오늘만 사는 존재는 어린아이뿐이다.     


“미안해서 그래요.”

그동안 상대가 너무 잘해주었거나 회사가 세심하게 신경 써 주었다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 또는 다른 회사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스스로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느끼니 도망치듯 몰래 사라지려고 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만은 지키자. 배신에도 법도가 있다.     


5.

현행법상 회사가 하루아침에 해고를 통보하면 큰일 나지만, 근로자는 당일에 노쇼 해도 아무 상관없다.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오너일수록 그런 황당한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 물론 연인 관계 이별을 카톡으로 띡 통보하거나 아무 말 없이 잠수를 탔다고 해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다. 그냥 그런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니 언젠가 당신도 똑같은 일을 당하리라 악담을 퍼부어 보지만 별 소용없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다니는지 평생 모를 수도 있다. 내가 그런 힘든 일을 당했다고 해서 남은 사람들 또는 미래에 다가올 새로운 인연에게까지 색안경을 쓰고 대하지는 말자. 남에게 분풀이하기 시작하면 두 번 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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