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세계
제가 탄 천안행 급행 열차는 한강대교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햇살이 강물에 반사되는 그 순간 창문 너머에 제가 탄 열차와 같은 모양의 열차가 나란히 달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50미터쯤 거리. 속도가 같았습니다. 창문 너머로 드문드문 앉은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입니다. 저쪽에서도 누군가 이쪽을 보고 있었을까요.
홀린 듯이 휴대폰을 내려놓았습니다. 영상을 찍을까 고민했지만 이 장면에서 눈을 떼기 싫었습니다. 마치 거울 속 세계에 들어온 듯 열차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란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강 위에 헬기가 한 대 떠 있었습니다.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달리는 것과 멈춰 있는 것이 한 프레임 안에 있었습니다. 꿈 같았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데 가슴이 뛰고 눈이 커졌습니다.
신도림, 그리고 구로. 저는 천안 급행, 저쪽은 동인천 급행. 같은 방향이었지만 같은 곳으로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두 열차는 구로역에서 갈라졌습니다. 나란히 달리던 거울 속 세계가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찍지 않으려 했는데, 이별의 순간에는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매일 같은 출근길인데, 오늘은 한 정거장이 한 계절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