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온기가 향해야 할 곳
AI가 시를 쓰고, 코드를 짜고, 논문을 요약합니다. 놀라운 일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제 그 놀라움에도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더 똑똑한 AI가 나와도 "아, 그렇구나" 하게 되는 시점이 온 겁니다. 말 잘하는 AI의 한계효용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술의 시선이 디지털 세계에서 물리적 세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피지컬 AI — 실제로 움직이고, 만지고, 들어올리는 기술. 공장과 물류 현장이 가장 먼저 바뀌겠지요. 그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그 기술이 효율을 높이는 곳만이 아니라, 사람이 모자란 곳에도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치매 어르신 곁에서 밤을 지새우는 가족에게, 혼자서는 몸을 일으키기 어려운 분에게, 아이의 손을 잡고 하루 종일 병원을 오가는 부모에게. 그런 곳에 사람 손은 늘 부족했고, 그 부족함은 돈이 안 되는 일이라 쉽게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갈 길이 있습니다. 한국의 좁은 병원 복도, 아파트 현관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로봇 기술은 아직 크고 무겁습니다. 누군가를 돌보려면 경량화가 필요하고, 섬세한 움직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그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겸손함이 필요합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전기가 시골 마을에 도착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던 시대와 지금은 다릅니다. 건강보험이 의료의 순서를 바꾸었고, 공공 와이파이가 연결의 순서를 바꾸었던 것처럼, 기술이 누구에게 먼저 손을 내미느냐도 우리가 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더 똑똑한 AI의 시대가 저물고, 더 가까운 AI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 가까움이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 먼저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