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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Jul 04. 2024

국어도 배우는 수학 학원

시조짓기


방금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엄마 나 시조 지어왔다.'며 자랑스럽게 문제집을 건낸다.

엥? 시조? 국어 학원 아닌데...

수학학원 다녀왔는데 뭔 헛소리인가 싶어서 살펴보니.



        수학가



비오듯 어떠하리 망한듯 어떠하리


손안의 연필은 오답을 향하리


오늘도 10시에 집가게 생겼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도안났다. 같은학원 보내는 엄마들 단톡방에 수학 보내놨는데 국어까지 배워온다고 개이득이라며 올렸더니만


-개이득이래... ㅋㅋㅋㅋ

-잘쓰긴 했네요.

-캬~ 역시 남달라요. 후작가님 멋지당

-와~~! 후군 센스보소!! 넘 잘 짓는다 ^^


  그쵸? 잘 썼죠? 저도 옆집 애가 이렇게 해오면 너무 신통방통 어이없어 귀여울것 같아요. 하지만...친자라서..이방원이 정몽주 회유할 때 썼던 '하여가' 처럼 써봤단다.  누구는 나라의 건국을 도모하며 시조를 짓는데 넌 오답을 회유하니? 아 저녁도 주기 싫구나.


  이방원이 정몽주를 회유하기위해 하여가를 보냈다면 내 마음을 담아 너에게 단심가(백점가)로 답하리라.



     백점가


문제를 풀고 풀어 백번을 더 고쳐도


비내리는 오답비로 넋이 나가 화가 나네


백점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 있으랴



내가 낳았어. 누굴 탓해. 재 나랑 하는 짓이 똑같아. 으엉으엉.

아이한테 백점가를 보여줬더니 엄마 쌍따봉이라며 소리내어 웃으며 좋아한다. 

다음에는 뭘 지어올라나. 이제 슬슬 기대된다.

어떻게 길들여졌어. 정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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