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스런 후후작가 Jul 12. 2024

가족끼리라도 지킬 건 지켜야지.

아들과 엄마의 올바른 대화법

숙제만 아니면 싸울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계속 미루면서 노는 꼴 보며 속 터질 일도 없고...

본인은 하고 싶어 하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고민들이다.


  영어과외에서 울면서 수업받았다는 이야기를 친구엄마에게 했었다. 소개해준 사람이기도 하고 요즘 어떻게 수업받냐고 물어서 울면서 받는다고 했다. 그 엄마가 아이에게 말을 전달한 모양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에게 전해 듣고 왔는지 울고 불고 눈알이 뒤집혀 자기 영어학원에서 울었던 이야기 엄마들한테 말했냐고 따진다. 학교에서 창피했다고 가족끼리 지킬 건 지켜야지 그걸 왜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냐고 소리 지르는데 할 말이 없었다. 미안하다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속 사과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주말 내내 제대로 숙제 안 하고 놀고 자빠져서 할 말인가 싶다. 흥분해서 계속 날뛰며 따지길래. 너무 화가 나서 같이 소리 지르며 막장 드라마 찍었다.


"사과했잖아. 미안하다고. 그걸 그 엄마는 왜 애한테 전달을 해. 아 난감하네. "

"엄마는 엄마 잘못을 회피하네. 왜 나의 창피한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 말을 하냐고."

"그래 전달할 줄 몰랐어. 미안해. 엄마들끼리 원래 공유하고 흉보고 그래. 미안하다고. 그만해."

"엄마는 선생이라는 사람이 학교에서 애들 그렇게 가르쳤어? 사과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었다고 할 때까지 하는 거야. 나도 엄마 이런 추한 모습 친구들한테 다 공유하고 그래도 되겠네? "

야 너 이미 그러고 있잖아. 모를 줄 아나... 문자에서 지들끼리 욕하면서.

자기 흉봤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난리다. 참았어야 하는데 이게 선생선생거리며 막말까지 하니 너무 열받아서 너 같은 새끼 못 키우겠다고 네 마음대로 하고 나가서 살라고 소리 질렀다. 구둣주걱으로 칼춤 추며 지랄을 하니 애는 또 그게 무서워서 소리 지르고 구둣주걱 잡으려고 하고 아 진정 남이면 좋겠다 싶다.


  애초에 말한 내 잘못이다. 그걸 그대로 애한테 전달할 줄 몰랐다. 친구들의 시선이 목숨처럼 중요한 시기에 학원에서 울었다는 이야기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을 텐데. 너무 미안하다. 초예민 사춘기 씨에게 큰 실수 했다.  안전한 대화 상대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끼리 친해서 전달될 수 있으니 앞으로 아이흉은 보지 않기로 하겠다. 어떻게 사과해야 마음이 풀릴까. 이것이 숙제하기 싫어서 건수 잡은 건 아닐까?


  다른 때 같으면 감정적으로 소진돼서 구둣주걱으로 칼춤까지 추며 나와 싸운 날은 보통 엉엉 울면서 기운 다 빠져서 숙제도 못하고 결국 안아주고 사과하고 그러고 재웠는데 이제 화도 덜 난다. 그건 그거고 할 일은 해야 한다. 정말 드라마의 다른 씬을 보는 것처럼 빠른 장면전환 처리로 그건 그거고 문제집 들고 나오라고 했다.


"너 숙제한 거 이게 모야? 이럴라고 방에서 혼자 한다고 나 못 들어오게 한 거야? 장난해? 엄마가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빨리 갖고 나와서 내 앞에서 숙제 마무리해. 해도 해도 너무해 진짜."

펼쳐보니 너무 많이 안 했다. 12시까지 쉬지 않고 해도 못할 량이다. 어제 분명 반은 다 했다고 했는데 그건 네 생각이었나 보다. 이거 하다 잡생각 나고 학교에서 화난 걸로 엄마한테 꼬투리 잡고 싶고... 의식의 흐름이 그려진다. 말리면 안 된다.


앵거지수 상상상이었다가 아들내미는 식탁에서 문제집 풀고 난 노트북으로 글 쓰며 화가 내려왔다. 평소 같으면 화해의 제스처를 했겠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다. 화나도 할 말 안 할 말 가리라고 나중에 재교육시킬 것이다. 타이밍도 오지게 좋지. 애비한테 일본에서 영상통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어~라 표정 왜 그래 아. 알겠다. 싸웠네 싸웠어."

눈치는 빨라가지고 영상통화받는 내 표정만 딱 보고도 분위기 파악하는 것 좀 보소.

"아니야. 공부 중이거든."

여기서 내가 다 일러바치면 모양 빠지므로 태연하게 무게를 잡아야 한다. '얘가 나한테 선생선생 거리고 학교에서 애들 그렇게 가르치냐고 드립 쳤고. 나한테 소리 질렀고 또.. 또... ' 이러며 나중에 일러야지. 굳이 내가 나서서 잡들이 해봤자 효과도 없고 힘만 들고 몬양만 빠진다. 남편도 힘들겠다. 내 하소연 들어주랴 아들 영상으로 혼내랴. 아니지. 난 애랑 복닥거리며 지지고 볶고 매타령에 욕 처먹고 공부시키지만 넌 호텔방에서 가운 입고 누워서 넷플보잖아. 아 또 열받네. 아무래도 아들이 남편 판박이라 더 화가 나는 것 같다.


"얘랑 로마 가는 거 위약금 얼마야?"

"한 100만 원 정도 될걸? 왜?"

나한테 이딴 식으로 굴며 누구 좋으라고 여행비까지 대주냐고 아까 소리 지르며 싸웠던 것을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려고 일부러 영통 하는데 꺼냈다.

"그럼 여행비 토털 어느 정도 예상돼? 한 천만 원?"

"아~~~ 니 그 정도는 아니고 한 600 정도?"

"아... 안 가면 100만 원 가면 600이네?"

애가 숙제하다 말고 쓰윽 쳐다본다. 눈치 좀 봐. 실세는 나야. 너 어디서 날뛰니?

"잘 알겠어. 생각 좀 해볼게. 자기 귀국하고 나랑 이야기 좀 해."

드라마를 너무 봤나? 중대한 이야기 하기 전 분위기 잡는 사모님 톤으로 차갑게 말했다.

"후 좀 바꿔봐. 야. 엄마한테 뭘 잘못했어? 빨리 빌어. 너 여행 안 갈 거야?"

갸우뚱 거리며 지금 속으로 얼마나 재고 있을까? 고소하다. 됐어 이 정도면.

"뭘 빌어.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암튼 잘 쉬고 한국에서 봐."

남편이 입모양으로 대체 모냐고 나한테 복화술 걸어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화난 사모님은 웃지 않아요.


나 자신이 이상하다. 아까 불같이 화가 났었는데 금방 다시 정신줄 잡고 고개 숙인 애 머리에 붙어있는 비듬을 떼주고 있다. 아이가 슬쩍 엄마 눈치를 보더니 비듬 크냐고 묻는다. 그냥 그렇게 끝이다. 가족이니까.


따지고 들면 끝도 없이 기분 나쁘고 한편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들의 반복이 계속되고 있다.


숙제하고 있는 아이에게 묵직하게 말을 건넸다.


"힘들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참어. 그후엔 마음대로 살아."

"나도 그러려고 했거든."

"그냥 네 하는 거야."

 ...

사춘기라 요즘 좀 봐줬더니 싸가지 밥 말아 드셔서 생각 좀 해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