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길 22, 호주

멜버른 4 - 변화

by 지구 소풍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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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 난간에서 내려다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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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최초의 도서관이자 세계 최초의 무료 공공 도서관인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에 제일 먼저 입장했다. 기다리는 동안 설립자의 동상을 살펴보며 지나가는 화려한 트랩들을 구경했다.

1854년 개관하였는데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200만 권의 서적과 사진, 신문 등 35만여 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기간별로 다양한 전시회도 개최한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외관과 큰 규모의 유리돔 천장, 순백색으로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를 구경하기 위해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10시가 되자 나이가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중앙현관에서 방문객들을 맞아준다. 여행자 차림의 복장을 보고는 도서관 투어 온 줄 알고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라고 안내한다. 6층 난간에서 내려다보니 거대한 도서관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웅장한 건물 내부는 고급스러운 백색이고 넓은 열람실이 펼쳐진다. 팔각형의 책상 배열, 확 트인 공간에 모두 놀라 정말 소리를 지를 만큼 예쁜 도서관이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보던 굉장히 높은 천장의 다각형 구조의 돔모양의 커다란 창문을 통해 자연 채광이 가능하다. 책을 보는 사람보다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더 많다. 진짜 주인인 멜버른 시민들은 현대적인 제2열람실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오래되어 모서리가 둥근 책상에 앉아보았다. 낡아 매끈해진 나무 회전의자와 손때가 묻은 책상에는 책을 세울 수 있고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다.

책상마다 명언이나 기증자의 이름과 삶이 붙어 있었다. 파파고로 열심히 번역을 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100년 넘게 이 자리에 앉았을 그 누군가와 마주한 것 같고 방금 누군가 의자에 앉아서 아직도 따뜻한 것 같다. 책상 바닥을 손바닥으로 흩으니 긴 시간의 손길이 느껴진다. 호그와트 마법학교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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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층마다 있는 갤러리 같은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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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들을 전시한 공간이 여러 곳 있고 멜버른이 위치한 빅토리아주의 역사를 전시해 놓은 전시실이 인상적이었다. 곳곳에 수난을 겪은 이 땅의 주인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에 대한 존중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원주민에 대한 배려로 호주 국기를 게양할 때 대부분 원주민 깃발도 함께 게양한다고 한다. 영상 갤러리에서는 30분 동안 지금까지 있었던 호주 분쟁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원주민, 동성애, 여성, 환경, 폭력, 전쟁---등등'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역사적인 공공도서관에서 저런 주제를 상영해도 되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솔직한 내용이었다. 호주의 자유스럽고 개방적인 풍토를 알 수 있었다.

'선진 민주국가 호주라는 나라의 자신감과 넓은 관대함, 포옹력이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지금 한국은 어찌 되어가는지---'


도서관을 나와 호시어레인 벽화거리를 향해 걸었다. 100년이 넘은 교회를 지나니 도로 양쪽으로 중식 집들이 즐비하다. 차이나타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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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타운 입구 한식당

그 가운데 한식당이 보여 반가워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벌써 영업 중인 중식당과 달리 식당 안이 어두웠다.

'음식에 자신이 있으니까 용기 있게 차이나타운에 위치 선정을 했을 텐데 장사가 잘되었으면 좋겠다.'


남반구의 런던'이라 불리는 멜버른은 도로가 바둑판처럼 구획되어 있어 뭐든 찾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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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저레인 벽화거리

호저레인은 멜버른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예술 장소로 그라피티와 벽화로 도배된 거리이다.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덮여 있는 곳인데 CNN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거리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건물 전체와 바닥, 쓰레기통까지 그림이다. 주기별로 그라피티가 바뀌는데 가까이 보면 정교하여 놀랄 정도이다.

한국인들이 유독 많이 보여 학생에게 물어보았더니 '미안하다 사랑하다'에서 소지섭과 임수정의 촬영지라서 '미사의 거리'로 불린다고 한다.


옛 모습을 간직한 중후한 건물들과 현대적인 고층건물이 서로 조화롭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개성 있는 트램이 땡땡땡땡 소리를 내며 달리는 역동적인 모습이 지금까지 방문했던 도시들과는 무척 색다르다.


얼마를 걸었는지 보도에 사람들의 행렬이 꽤나 길다. 한국 사람도 많이 보인다. 주변에 물어보니 유명한 커피집이란다. 작은 가게 안에 사람들이 가득 포개어 앉아있고 이렇게 긴 줄이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가 얼마나 맛있을까? 호주커피는 정말 맛있지만 오래 기다려서 빨리 마시려면 맛도 충분히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일요일 오전이라 벽화 거리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작정하고 왔는지 사진 찍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며 진심이었다. 나도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고 부탁했더니 정말 오랫동안 열심히 찍어주어 미안할 정도이다. 용기를 내어 그들처럼 재미있는 포즈를 취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는다. (미공개)


"Good, Nice,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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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사제님, 성당 안의 6.25 참전 용사 명판, 성당 안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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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한 블록 옆이 호주에서 제일 유명한 세인트폴 대성당이다. 1891년에 완공되었는데 뾰족한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와 타일로 장식된 바닥이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스페인의 화려하기만 한 성당들과 비교되며 아름다움과 실용성이 마음에 들었다.

친절한 여자 사제님과 방문자들을 위한 포토존과 카드 자동 카드결제 모금함, 모든 예배 의자 방석, 그리고 벽면에 가득한 나라를 위해 순국한 사건과 명복을 비는 명판까지.


'역사가 비교적 짧은 호주의 이런 남다른 모습이 참 좋다.


세인트폴 대성당 대각선 건너에 플린더스 스트리트 기차역의 모습도 이곳이 유럽인 듯 착각하게 만든다.

다섯 블록 지나 위치한 복합 환승 교통센터인 서던 크로스역과 극과 극이어서 찬찬히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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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대로 소나기가 갑자기 내렸다. 천둥과 번개까지 정신없이 내려 잠깐 사이 멜버른 시내는 물바다가 되었다.

폭우 10여 분에 승용차 바퀴가 도로 고인 물에 빠지고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했다. 트램 기사가 잠시 멈추어야 한다며 내릴 사람은 내리라고 한다. 다행히 호텔이 언덕이라 위험하지 않았지만 낮은 가게들은 물을 퍼내느라 난리였다.


그래도 멜버른은 보도가 건물 밑에 있어 사람들은 안전하게 비가 멈추기를 기다릴 수 있었다. 오늘 예정이었던 그레이트 오션 투어를 딸의 날씨 정보 덕분에 내일로 연기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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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호우 준비, 비 오는 날 저녁 식사는 얼큰하고 시원하게

아침 외출할 때 챙겼던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우산을 펴고, 어제 깔개로 사용했던 은박 담요를 우비로 사용했다. 정류장에 꼼짝없이 갇힌 사람들이 나의 준비성과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다

"Good, Nice, Bravo"


호텔에 들어와 한국에서 가져온 오징어 짬뽕 라면을 끓여 명태채 통조림과 함께 먹었다.


'화끈하게 입안을 달구며 살짝 추웠던 몸을 녹여 살맛 난다! 오늘의 맥주는 생기를 돋으며 다시 기분이 살아나게 한다!!'


남은 얼큰한 라면 국물에 누룽지를 말아 시원한 맥주와 여유 있게 먹다 보니 어느 사이 비가 그치고 해가 쨍하고 나타났다. 한 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제처럼 옥색 하늘에 솜사탕 같은 구름이 가득한 한여름 멜버른이 되었다.


'오늘 변덕스러운 멜버른의 변화에도 당황하지 않고, 짜증 내지 않고 여유롭고 멋지게 지구소풍 한바탕 잘 즐겼다!!!'

900%EF%BC%BF20250112%EF%BC%BF100913.jpg?type=w773 계산의 손(Hand of Calculation), 숫자의 손을 표현한 도판

멜버른 주립도서관(State Library Victoria)에는 이런 중세 필사본 삽화와 인문학적 도해들이 전시되어 있다. 손바닥과 손가락 마디에 적힌 로마숫자는 숫자를 세고 계산하는 방법을 나타낸다. 중세의 교육도구이자 기억법(메모닉스)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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