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길 23, 호주

멜버른 5 - 경외

by 지구 소풍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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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처 2025-09-07 073747.png

호주 멜버른 시내 남쪽 남부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안 도로와 주변이 국립공원 그레이트 오션 로드이다.

세계적인 여행 잡지인 '론리 플래닛'이 매년 선정하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10곳'으로 자주 선정되는 곳이다. 그러나 나는 더 늦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멜버른 중심가에서 7시 반에 출발하여 가장 유명한 12 사도까지 가는 데 자동차로 4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남태평양, 인도양, 남극 해류가 만나면서 거친 바람이 휘몰아치는 구불구불 뻗어 있는 해변 절벽 243km이다.

오랜 세월 동안 바다의 파도와 바람에 깎이며 자연 조각품과도 같은 모습이 된 해안 절벽과 바위를 감상하며 달리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상징인 돌기둥들이 현재도 계속되는 침식작용으로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멀리 바다가 보이면 지금부터 자동차가 많이 흔들리니까 차멀미를 조심하라는 운전기사의 말은 그만큼 경사가 심하고 절경이라는 뜻이고 고생을 감수해야 좋은 곳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 세상 쉬운 것은 없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리저리 휘어진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놀라운 전망이 펼쳐진다. 험준한 절벽, 하얀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 빛나는 푸른 바닷물에 둘러싸여 솟아오른 절벽이 이어지고 사람들이 왜 환호하며 이곳을 그레이트 오션 로드라 부르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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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모리얼 아치(Memorial Arch)


첫 번째 들리는 곳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완공을 기념하는 아치와 기념비, 동상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1919년에서 1932년 사이에 전쟁에서 귀환한 젊은 군인들의 취업난과 경제 불황을 해결하고자 호주 정부에서 시작한 건설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참전 군인 주도로 건설되었으며,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사망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전쟁 기념물이기도 하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시작된다는 아치와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동상과 안내간판이 있다. 얼른 사진을 찍고 바로 옆에 있는 모래해변을 걸었다. 아주 곱고 하얀 모래를 한 줌 쥐고는 한참을 주물럭거렸다.

설레는 마음에 운동화를 벗고 밀려오는 바닷물에 이리저리 뛰었다. 모두들 그냥 서있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혼자 온 아줌마가 아이처럼 즐겁게 논다며 한 마디씩 한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그냥 서있기만 하면 어떻게 해요? 용기 없는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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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파이와 진한 아이스 에스프레소

2. 아름다운 해안 마을 아폴로 베이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제일 큰 마을이자 쉼터인 아름다운 해안 마을 아폴로 베이.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있다. 일일 투어 점심 식사를 해야 하는 유일한 마을이다.

그중 '아폴로 베이 베이커리'는 호주 유일의 가리비 파이로 유명한 곳이다. 좋아하는 호두파이와 가리비 파이를 먹었는데 빵 안에 가리비가 열 덩어리나 풍성하게 들어 있었다.

가리비를 굽거나 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던 나는 처음 먹는 맛이었다.

아주 진한 호주 아이스커피, 바싹한 파이와 비린내 나는 가리비의 조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3. 그레이트 오션 트레킹


차량을 이용해서 여행하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도 아름답지만, 완전히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트레킹도 있다는 정보를 알았다.

산티아고 순례길 1075km를 걸었던 나는 직접 걸으며 느끼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Great Ocean Walk)에 깊은 관심이 있어 안내인에게 자세히 질문을 했다.

아폴로 베이에서부터 12 사도 바위까지 이어지는 약 104km의 해안 트레일 코스이다.

난이도에 따라 최소 1박 정도의 짧은 코스도 있고, 6박 7일 정도의 전문 가이드와 함께 해야 하는 코스도 있다고 한다.

제주도 올레길처럼 완주하고 싶은 욕심이 또 스멀스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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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호주에만 사는 야생 코알라 찾기


이제 해안 도로는 여기서 끝이 나고 숲 속 도로를 달려 호주에만 산다는 야생 코알라를 보러 갔다. 이곳은 국립공원 보호 지역이라 캥거루와 코알라, 앵무새 등 야생에 사는 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도로 옆에 차를 세워놓고 모두들 키 높은 유칼립투스 나무숲을 자세히 올려다보았다. 망원경을 가져온 사람이 있어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정말 나무 위에 호주 토종 코알라 두 마리가 있었다. 코알라는 15년 정도 사는데 2cm 정도로 작게 태어나 암컷 배 앞에 있는 아기 주머니에서 6개월 살다 독립한다고 한다.


코알라는 평생 혼자 살아서 가장 비사교적인 동물이라 하는데 하루 20시간 이상을 나무에 매달려 잠을 잔다고 한다.

오로지 짝짓기 할 때만 거처를 벗어나 이동한다고 한다. 천하 태평한 답답이이다.

20세기 초 호주에 사는 코알라는 천만 마리 정도였으나 지금은 4만에서 10만 마리 정도로 감소되었다고 한다.

나무 밑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사진을 찍어도 나무에 매달려 꼼짝도 안 하는 코알라 두 마리와 팔뚝만 한 앵무새를 보고 해안가로 다시 이동했다. 안내인은


"제가 오늘은 운이 좋네요"

"덕분에 저희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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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러토


돌계단을 내려가 해변에 서면 땅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둥그런 구멍이 자연의 신비가 가깝게 다가온다. 사진 찍기 위해 30분 줄을 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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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


영국의 런던 브리지를 닮은 다리 모양의 바위이다. 1990년대, 육지와 연결된 부분이 끊어지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하얗게 부서지며 사라지는 작은 파도들이 참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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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눈에 보다 - 헬기 투어

층층이 쌓인 거대한 지층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육지에서 떨어져 나간 바위기둥들과 암석 절벽들이 어우러지는 장관이 펼쳐져 눈을 뗄 수 없었다. 같은 곳의 또 다른 볼거리이자 시선이다. 175불이 아깝지 않은 선택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끝없는 바다와 쉬지 않고 밀려오는 하얀 파도들, 해안 절벽이 방파제 역할을 하는 잔잔한 모래 해변 모습이 한눈에 비교된다.

육지에서 떨어져 바닷속에 혼자 선 바위기둥들이 유난히 센 파도가 부딪치는 모습을 보며 힘들 태 사람 모습 같았다. 수백만 년 자연의 기이한 신비는 잊지 못할 기억을 넘어 경외감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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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깁슨스 스텝스(Gibson Steps)와 12 사도


12 사도 바위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거대한 규모의 돌기둥들이 바닷가에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성경 속 열두 명의 제자가 서 있는 것처럼 보여 12 사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전망대에서 해변까지 내려가는 돌계단은 사람이 깎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다.

투어에서 허락된 시간이 40분 정도여서 계단길은 포기해야 했다. 사실 가는 곳마다 20분, 30분 하며 시간을 정해주니 여유가 없이 사진 찍기에 급급하기만 하다.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이래서 패키지 단체 투어는 가능한 피하고 싶지만 혼자 오기에는 먼 곳이라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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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로크 아드 협곡(Loch Ard Gorge)


해안 절벽이 바다를 막고 있는 모습으로, 해변에는 잔잔한 파도만 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로크 아드 협곡은 하늘빛과 물빛, 거친 흙빛이 서로 대조되며 더욱 신비롭다.

1878년 영국의 '로크 아드'라는 범선이 침몰한 후 그 잔해가 이곳에 떠밀려왔다는 슬픈 역사에서 이름이 지어졌다. 자세한 사연은 더욱 가슴 아프다.

해안과 바다의 전망이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여러 해상 사건들의 희생자들의 죽음이 생각나 안타깝고 슬퍼지기도 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상징인 12 사도는 8개의 돌기둥 중 2005년 1개가 깨졌다고 한다. 현재도 계속되는 침식작용으로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수백만 년 동안 바다의 파도와 바람에 깎이며 거대한 조각품이 된 해안 절벽과 바위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깊은 바다가 시퍼런 빛을 뿜으며 소용돌이친다. 마음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나는 날씨에 대한 찬사를 하지만 저 암석들은 깎이고 또 깎기고 있다. 연신 놀라며 입이 벌어진다. 웃거나 감탄사를 연발하다 이내 지칠 정도로 대단하다.

대자연이 준 호주여행의 기대와 큰 선물이었다.


살아온 시간이 참 금방이라고, 때로는 인생이 너무 기다며,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속상하고 불평을 많이 했다.


'생각이 참 짧고 급했다. 행동이 많이 어리석었다. 나는 아직도 멀었다.'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한 세상 산다는 것이 잠깐인 것을!


☆ 경외심 敬畏心공경하면서 두려워하는 마음. 자연에 대한 경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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