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문학으로 일컬어지는 단편소설 분야만 놓고 봤을 때 지난 몇 년간 남성 작가들의 비율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일례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젊은 작가상'의 경우 최근 오년간 여남 수상자의 비율이 24명 대 10명으로 여성 작가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2021년에는 7명 전원이 여성 작가였고요. 현재 남아 있는 공신력 있는(심사위원, 저작권 등의 논란이 없는) 문학상인 김승옥 문학상, 김유정 문학상의 경우에도 가장 최근 발표된 2020년 수상자 13명 전원이 여성 작가였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여성들의 약진으로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남성 작가들의 부진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 말을 저의 스승이셨던 이승우 소설가도 하신 적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최근에 나온 수상작들을 분석하던 와중에 나온 얘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페미니즘 기류 때문에 남성 작가들이 혹시라도 모를 논란을 의식하게 된 것 같다고, 그래서 글을 쓰기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저 또한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라고 당시에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서는 그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단지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제가 문학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결혼 문제’의 영향도 없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대부분의 가정에서 다 맞벌이를 하는 추세라고 해도 결혼시장에서는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경제력이 더욱 요구되는 게 사실입니다. 반대로 남자보다 여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조금 덜 요구되는 게 사실이고요. 그러니 아무리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해도 결혼 적령기에 있거나 가장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남자 작가 입장에서는 경력을 쌓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순수하게 소설만 썼을 때 벌어들이는 원고료 수입은 1년에 500만원도 채 되지 않으니까요. 등단한 남성 작가들도 결혼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느라 안 쓰는 추세인데 저라고 어쩔 도리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결혼’을 포기하고 ‘소설’을 택한다고 가정해보니 당시에 이십대 후반이었던 저도 행복한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더군요. 단지 예나 지금이나 제게 애인은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쭉 혼자 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소설 때문에 인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가 강제로 결정 되어지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도무지 모든 불이익을 받아들이고, 열정만으로 소설을 쓸 자신은 없었습니다. 물론 모든 걸 돌파해낼 수 있을 정도로 소설을 잘 쓰지 못한 것도 사실이긴 했지만요. *
(이 글에서는 어쩌다보니 남자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것처럼 말하고 있긴 하지만, 제 의도는 성차별을 말하기 위함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유리 천장도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여성에게도 제약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