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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코인 Sep 19. 2021

(추천)그녀에게 예의 바르게 차이는 방법(5)

그날 이후로 한동안은 그녀의 인상 쓴 표정이나 나를 피해 앞으로 걸어가던 뒷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마음속의 상처가 덧나는 듯한 괴로움을 느꼈다. 센터 안에서는 은연중에라도 그녀를 보지 않기 위해 시선 처리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고, 퇴근 시간에도 그녀와 최대한 떨어져서 걸었다. 그렇지만 단지 그때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그런 식으로 거리를 두게 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나와 그녀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게 돼버렸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명확히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날 이후로 그녀는 나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듯 인사를 하지 않았고 어쩌다가 선생님들과 함께 앉아야 할 때도 나와 최대한 떨어지려고 하는 눈치였다. 버스를 기다릴 때도 그녀는 그날처럼 제발 자신에게 말을 걸지 말라고 호소하듯이 나를 등진 채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그녀의 반응과 행동을 직접 보고 느낀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또다시 거부당했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라는 미련한 존재 때문에 그녀가 계속 부담을 느낀다는 생각에 더 큰 괴로움을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선생님께서 혹시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를 질 나쁜 마음가짐으로 친해지고자 한 건 아니었다고, 잘못한 것을 요 며칠 사이에 뼈저리게 깨닫고 반성도 했으니 이제부터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런 몇 마디 말로 관계가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번에도 강요로 받아들일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말을 일방적으로 내뱉는다면 그것은 진짜 사과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만약 정말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닌 그녀가 듣고 싶은 말과 행동을 기꺼이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서는 그런 태도가 과거에 그녀와의 관계에서 내가 따르고 싶었던 마음가짐에 더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혼란스러운 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거리를 두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센터에서 일할 때나 자려고 누웠을 때도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결국 마음속에 있던 말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어느덧 근로 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을 무렵이었다. 더 늦기 전에 불편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판단한 나는 그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사실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앞으로의 행동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괜한 오해와 부담을 남겨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강했던 것 같다.  


  “선생님,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요... 앞으로도 계속 일이 있을 것 같긴 하네요...”


  그녀가 바라는 말을 전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의외로 긴장이 되지 않았다. 내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본 순간부터 눈을 크게 뜨던 그녀는 뒤늦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고는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졌다. 무슨 일 때문인지 물어보지는 않고, 짧게 한마디만 할 뿐이었다.


  “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나는 짧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의 옆을 지나쳤다. 그녀가 밝은 표정을 지은 것이 조금 씁쓸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애써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건물 모퉁이를 돌 때 즈음 정면에서 칼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휘갈겼다. 몸을 움츠리다가 입고 있던 코트 단추를 턱 아래까지 다 채웠다. 그러고 보니 2월인데도 이상하게 기온이 더 내려간 것 같긴 했다.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남은 기간은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추위를 피할 곳을 찾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것이 섣부른 생각이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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