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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서 Nov 13. 2024

사랑에 묻고 사랑이 답하다 - 열여섯

웹툰은 현실도피? / 내가 망상주의자?!

영상통화를 시작했는데 분위기가 가라앉아 보였다

내년부터 사랑이가 다닐 학교에 미리 견학하는 날이었다. 

원래 부모만 참석하는 날인데 저녁에 사랑이를 혼자 집에 둘 수가 없어서 데리고 왔다고 한다.

사랑이 입장에서는 억울한 법한 상황인 것은 맞는 것 같았다. 

하필 언니와 오빠도 일정이 있어서 늦어져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지만 

사랑이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웹툰을 너무 많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제로

넘어가면서 사랑이는 울기 시작했다. 

사랑:웹툰 보는면서 그림 그리고 하는 건데 그것 때문에 공부를 못한다고 문제가 있는

         망상주의자라는 거야.

양육을 할 때 부모의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 아이가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모가 먼저 의견을 조율하고 말을 하는 것이 좋은데. 

사랑이가 공부진도가 떨어지는데 웹툰 그리기와 보는 것을 지나치게 하는 것 같다는 말이

사랑이에게는 속상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 부분은 난 솔직히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것이 웹툰을 좋아하고 그것을 보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공부진도가 떨어져서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그 부분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것들을 혼동해서 잘못 인지하는 경우도 생겨서 발생되는 갈등이 많은데

웹툰을 일반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책을 많이 읽는다고 뭐라고 할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그게 학습에 관한 거라면 더욱더?

모든 사람들이 공부에 관심 있거나 그걸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PD생활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을 보더라도  전공을 살려서 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우리가 대략적으로 아는 직업군 말고 세상에는 상상도 못 했던 정확하게는 알기 어려웠던

직업군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사랑이가 지금 웹툰에 빠져서 몰두하는 것이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배우자는 다른 의견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서로 맞추어야 할 문제이기에

무작정 사랑이에게 단언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단락하기는 했지만 사랑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예전에 학교도 안 나가려고 하고 했지만 지금은 의지를 갖고 하고 

사실 사랑이는 할 건 다 하는 스타일이다. 

내 어릴 때부터 훨씬 괜찮은 아이다. 

사랑:나도 노력하고 하는데 다 안 하고 싶다고 자꾸 이렇게 날 이상한 취급 하면

이상한 게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거야. 사랑이 네가 설명을 해주는 건 어때?

사랑:몰라.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지금 감정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지 모르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있어. 

난 사랑이가 다 이해가 되고 지지해. 

너를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은 그걸 잘 몰라서, 안 해본 것들이라서 그래.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그리고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서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널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마. 

내가 사랑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의심해?

사랑:아니

내가 사랑이를 무조건 믿어준다는 것을 의심해?

사랑:아니

이렇게 너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을 살아가면서 점점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그게 다수가 아니라고 해서 너의 길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더 믿어주기 바라. 

사랑:알았어.


사실 사춘기에 접어들고 긴 문장의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극히 드물어졌지만

짧은 대화가 가능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이가 잘하고 있다고 아니 잘 해내고 있음을 통감한다. 

지금은 지시와 간섭보다는 응원과 기다림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그래 했듯이 이불 킥하는 날이 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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