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내 삶은 내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정말 온전히 내 의지로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어쩌면 보이지 않는 더 깊은 무언가가 나를 조용히 이끌고 있는 건 아닐까?
예를 들어, 어떤 날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쉽게 상하거나, 별일 아닌 일에도 유독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반대로 평소 같으면 신경 쓰였을 일도 이상하게 담담하게 넘기는 순간이 있다. 이런 감정의 변화가 정말 ‘나의 의지’일까? 아니면 알지 못하는 더 깊은 곳에서 나를 조종하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이런 무언가를 ‘무의식’이라고 한다. 무의식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은밀하게 이끄는 존재다. 과거의 경험, 학습된 습관, 그리고 본능이 뒤엉켜 무의식 속에 쌓인다. 그리고 그 무의식이 우리의 말투, 표정,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무의식은 단순한 기억의 저장소가 아니다. 무의식은 욕망의 근원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강력한 동력이다. 즐거웠던 기억은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그 기쁨을 찾도록 우리를 유도하고, 아팠던 기억은 비슷한 위험을 피하도록 우리를 경계하게 만든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선택의 방향을 무의식이 미리 그려놓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자유로운 존재일까? 보통 ‘자유의지’란 외부의 간섭 없이, 오로지 나의 의지로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무의식이 우리를 조종하는 강력한 힘이라면, 완전한 자유의지는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과거의 기억과 경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고, 우리가 내리는 많은 선택들이 이미 오래전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감정과 욕망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무조건 본능과 관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의 흐름을 깨고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이것을 ‘자의지’라고 부른다. 자의지는 단순히 ‘본능을 따르는 선택’이 아니라, 그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방향을 정하는 힘이다. 무의식이 과거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자의지는 현재의 나를 바탕으로 미래를 선택하는 힘이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경험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비슷한 상황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자의지는 단순히 과거의 기억을 따르는 것만이 아니다. 만약 성적을 잘 받았던 그때의 기쁨보다, 공부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면, 자의지는 ‘공부보다 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찾도록 이끈다. 자의지는 단순히 과거에 묶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나’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의지는 무의식의 관성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다.
무의식은 우리를 익숙한 방향으로 이끌려 하지만, 자의지는 그 흐름을 깨고 새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사회,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지만,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 완전한 자유의지는 없을지 몰라도, 자의지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새롭게 빚어갈 수 있다. 선택의 순간마다, 우리는 관성과 본능을 넘어 ‘지금 이 순간’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다. 그 순간들이 모여, 우리가 만들어가는 삶이 된다.
우리는 매 순간 과거의 영향을 받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선택을 통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다. 어쩌면 삶이란, 무의식과 자의지가 끊임없이 부딪히며 만들어지는 긴 여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