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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을 같은 온도로 살아도 괜찮을까?

by 밤하늘 읽는 시간

불 조절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처음엔 단순한 요리 기술처럼 느껴졌다. 센 불에서 빠르게 볶으면 고기의 깊은 풍미가 살아나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익히면 양념이 속까지 스며들어 부드럽고 고요한 맛이 완성된다. 같은 재료, 같은 양념을 써도, 팬 위에서 어떤 온도로 다뤄졌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요리는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매 순간을 조율해 가는 섬세한 감각이라는 미묘한 차이를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다.


이 감각은 부엌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자주, 모든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다루려 한다. 익숙한 확신을 앞세워 서둘러 판단하거나, 감정이 뜨거운 채로 바로 반응할 때가 많다. 하지만 늘 그런 태도로만 살아간다면, 어떤 일은 지나치게 밀어붙이게 되고, 어떤 사람은 아직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놓쳐버리게 된다. 너무 센 불로 음식을 조리하면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듯이, 삶에서도 지나친 열기는 섬세한 관계와 상황을 쉽게 망가뜨릴 수 있다. 그래서 불 조절이 필요한 건 요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말과 행동, 마음의 온도까지도 그렇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일은 즉각적인 결단이 필요하지만, 또 어떤 순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용히 기다려야 제 맛이 난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과연 적절한 온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듣고 있는 이야기를 너무 빨리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생각이 옳다고 믿는 그 확신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뜨거운 열기가 되어 다가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익숙함이나 확신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이 조금씩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팬 위에서 살짝 타버린 고기 조각 하나를 발견했을 때, ‘불이 조금 셌구나’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 그건 어쩌면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너그러움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가끔은 조금 타도 괜찮다고 조용히 다독여주는 마음 말이다.


조심스럽게 불 앞에 선다. 조급함을 가라앉히고, 온도를 가늠하며 다시 한번 나의 삶을 살핀다. 나의 생각과 말, 행동이 지금 이 순간에 어울리는 불 세기인지 되묻는다. 그렇게 자신과 타인의 온도를 함께 헤아릴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부드럽고 너그럽게, 삶이라는 요리를 완성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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