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싫고, 쉽고, 좋은 일 사이에서
수요일 아침.
아내는 딸아이를 행동심리 특수학교에 데려다 주러 갔다.
나는 평소처럼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를 굽고 있었고, 전화를 걸어 말했다.
"도착하면 바로 먹을 수 있게 토스트 올려둘게."
그 짧은 통화 이후, 평온했던 아침의 리듬은 조금씩 어긋났다.
아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가는 길에 애가 이런 말을 했어…"
"언제까지 다녀야 하냐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말했다.
"글쎄, 나는 그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 짧은 말이 균열을 만들었다.
말과 말 사이에 감정이 낀다.
"당신은 늘 그렇게 단정 지어."
"내가 말도 못 해?"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말 한 마디,
수요일 아침엔 유독 예민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각자의 마음이 살짝 틀어진 채, 나는 커스터머가 있는 LA의 한 병원으로 향했다.
운전대 너머로는 고속도로가 펼쳐져 있었고,
라디오는 아마도 오늘의 일기예보를 중계하고 있었을거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운전 중일 때 나는 오직 머릿속 이야기만 듣는다.
그게 나만의 방식이다.
그때 문득, 머릿속에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사람은 어떤 일을 앞에 두고, 네 가지 질문을 무의식적으로 던진다."
이건 어려운가?
이건 쉬운가?
이건 좋은가?
이건 싫은가?
딸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는 일,
아내의 말에 끝까지 귀 기울이는 일,
출장을 떠나는 아침에 토스트를 굽는 일.
그 모든 일 앞에서 우리는 이 네 가지를 동시에 물어보는 건 아닐까?
‘어렵고 싫은 일’은 피하고 싶고,
‘쉽고 좋은 일’은 계속하고 싶고,
‘어렵지만 좋은 일’은 고민하게 되고,
‘쉽지만 싫은 일’은 금방 질려 버린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이 네 가지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진자 운동 같다.
신호에 걸려 잠시 멈춘 차 안에서,
딸아이의 표정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오늘 아침, 너무 빠르게 대답했던 건 아닐까.
"그건 별일 아니야"라는 말은 사실,
"지금 그 얘기 듣고 싶지 않아"라는 뜻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건 '어렵고, 싫은 대화'였으니까.
병원 근처에 도착하자, 잠시 차를 세우고
이 네 가지 질문을 종이에 적어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하나 더 추가했다.
"이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일인가?"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