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도 본 것이 아니고 들어도 들은 것이 아니다.
참 우연한 기회였다. 최근 출장으로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 후, 저녁 늦은 시간에 20여 년을 넘게 알고 지내 온 대만 친구를 만나게 된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오게 된, 살아가며 결정되는 대부분은 눈으로 보는 것에 의존한다는 것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많은 오해들에 관한 주제였다.
이젠 필연같이 느껴지는 읽었던 많은 철학, 심리학, 그리고 인간의 두뇌에 대한 책들. 그 모든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서로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눈 다음 그 결론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하였다. 만약,
"눈으로 본 것과 귀로 들은 것을 인지의 두뇌(전두엽)로 전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첫 번째로 눈으로 본 것은 후두엽(두뇌의 뒷부분), 그리고 귀로 들은 것은 측두엽(귀의 위쪽)이라는 두뇌의 부분으로 전달된다. 다음 두 번째로 받아들인 정보를 인지의 두뇌(전두엽 - 이마와 그 위쪽)로 전달한 다음 이해와 생각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컴퓨터가 입력값을 받으면 메인 프로세서가 계산을 해서 출력값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바로 그 출력값, 이해 혹은 생각이라는 것이 바로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괴로움과 화남과 아픔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이해와 생각이 우리의 삶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서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단지 보고 들은 정보와 그 이후 일어나는 이해와 생각이라는 것만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
보고 들은 것은 일단 눈(후두엽)과 귀(전두엽)의 두뇌를 거쳤다가 전두엽(논리적인 생각을 도와주는 뇌)으로 옮겨가서 이해와 생각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그 정보라는 것들은 사실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는 것들이다. 바다와 산을 보고 아름답고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이해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단지 눈에 보인 바다와 산이라는 관경은 의미 없는 그림일 뿐이다. 마치 컴퓨터의 메인 프로세서가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입력에도 결과 값을 얻을 수 없다. 입력값은 아무 결과물이 없다면 아무 의미 없는 입력값일 뿐이다. 바로 본 것과 들은 것은 입력값인 것이다. 살아가며 많은 경우 입력값을 의미 없는 입력값으로 남겨둬야만 삶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본 것과 들은 입력값들을 전두엽이라는 프로세서로 옮긴 다음 이해와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순간 너무나도 많은 괴롭고 화나고 스트레스받는 과정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입력값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경우를 몇 가지 이야기해 보자.
옛말에 있듯이 친척이 땅을 사고 부자가 되는 것을 보거나 듣고 생각해 보니 그러지 못하는 내가 싫고 가난한 부모가 한탄스럽다. 나보다 훨씬 못 나가던 사람이 복권으로 대박이 난 것을 들으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심기가 불편하고 난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라며 괴롭다. 엄마가 이야기하는 엄마 친구의 아들이나 딸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을 들으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엄마를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을 뿐 만 아니라 생각하보니 화가 나서 밥 먹다 그냥 일어나 버린다. 직장 동료가 날 제치고 급진급을 하면 퇴근 후 소주가 당기고 날 몰라주는 회사와 상사를 이해를 할 수가 없고 생각할수록 기분이 x 같고 지랄이다. 인스타나 페이스북이 있는 멋진(?) 포스팅을 보고 생각해 보니 난 포스팅 할만한 것도 하나도 없고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내 삶이 x 같다.
하지만 입력값으로만 남겨두면 이렇게 간단해질 수 있다. 친척이 땅을 사러 부자가 되었다. 아는 사람이 복권으로 대박이 났다. 엄마 친구의 아들이나 딸이 잘되었다고 한다. 직장 동료가 진급을 하였다.
어떤 이의 행위를 보고 화를 내는 것은 우리가 본 행위라는 그림을 단지 그림이라는 것에 멈추지 않고 그 그림을 전두엽으로 전달해 이해와 생각이라는 과정으로 만들어서 생겨나는 것이다. 어떤 말을 듣고 그 말의 정보에 화가 나는 것은 그 말이라는 입력값을 이용해서 계산(이해와 생각)을 하려 했기 때문이다.
듣고 본 것은 단지 듣고 본 것일 뿐이다. 더 이상도 더이하도 아니다. 더 이상 이해와 생각이라는 과정으로 넘기지 않고 그냥 거기서 멈춘다면 스트레스를 받고, 화를 내고, 역정을 내고, 괴로워 항 어떠한 생황도 생기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성인들이 행복과 건강한 삶이라는 주제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봐도 본 것이 아니고 들어도 들은 것이 아니다"가 아닌가 생각한다.
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