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나버린 최신 유행 츠케멘
고베 출장 마지막 날입니다. 금, 일, 월, 화, 수의 일정인데 금요일은 츠케멘 시게타 (つけ麺 繁田), 일요일은 마루타카 중화소바(丸高中華そば), 월요일은 마루가메 제면, 화요일은 ENISHI 총본점을 방문했습니다. 즉 나흘간 4번의 면식을 했단 뜻입니다. 오랜만에 닉값 좀 했습니다. 마루가메 제면을 제외한 세 가게의 리뷰는 본문의 링크를 누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마루가메 제면에서 먹은 메뉴도 에니시 리뷰에 조금은 언급하였습니다.
마지막 날의 마지막 메뉴. 꽤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일단은 출장지인 JR롯코미치역(六甲道駅) 주변에서 먹는 것까지는 정했는데 어느 가게로 갈지가 고민이더군요. 학창 시절 자주 가던 가게를 갈지, 아니면 신규 개척을 할지 말이죠. 이번 출장 와서는 신규 개척은 전혀 하지 않았으니 마지막 날 만큼은 새로운 가게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롯코미치 주변의 가게를 좀 찾아보던 중 눈에 띄는 가게가 있었는데, 그게 오늘 방문한 라멘 아메키(らぁ麺 あめ㐂)입니다. 저는 츠케멘(つけ麺)을 먹었습니다만 딱히 츠케멘 전문점은 아닙니다. 따라서 제가 먹지 않은 다른 라멘에 대한 평가가 아님을 미리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가게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츠케멘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 콘부스이(昆布水), 즉 다시마물에 면을 담가둔 채로 제공하는 콘부스이 츠케멘(昆布水つけ麺)을 제공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츠케멘이 처음으로 고안된 것은 지금은 폐점한 오사카 옆, 아마가사키(尼崎)에 있던 록 큰 빌리 슈퍼 원(ロックンビリー S1)이라고 하고, 유행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고 평가받는 가게는 도치기현(栃木県)에 있는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ヨコクラストアハウス)라고 합니다. 어디에서 선정한 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 때, 이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가 츠케멘 분야 일본 No.1이라는 이야기가 있었고 여기의 츠케멘이 콘부스이 츠케멘이었습니다. 롯 큰 빌리의 경우 최근에 폐점을 하긴 했는데, 신요코하마의 라멘박물관에 록 큰 스리(ロックンスリー)라는 가게를 올해 9월에 오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거기서도 콘부스이 츠케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하니, 원조 콘부스이츠케멘을 맛보시고 싶으시면, 9월 말 이후, 신요코하마 라멘 박물관에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록 큰 빌리 슈퍼원도, 요코쿠라 스토어하우스도 가본 적은 없습니다. 콘부스이 츠케멘이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2024년 즈음 처음 들었고, 실제로 먹어본 건 올해 2025년 5월 18일에 방문한 라멘 롯카(らぁ麺 六花)가 처음입니다.
2025년 5월 18일 점심에 방문해서 먹은 콘부스이 츠케멘입니다. 사실 메뉴명에도 콘부스이는 안 적혀있어서 그냥 평범한 츠케멘인 줄 알고 시켰는데 면이 콘부스이에 담겨있는 것을 보고 "아 이게 콘부스이 츠케멘이구나."하고 깨달았습니다. 의도치 않은 첫 만남이었습니다. 참고로 츠케멘은 꽤 맛있게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학회 중이기도 해서 여유 있게 먹을 시간도 없어서 급하게 허겁지겁 먹었기에 맛이 잘 기억은 안 나네요.
아무튼 콘부스이는 말씀드렸다시피 다시마 물입니다. 너구리처럼 다시마를 물에 넣고 끓여낸 물인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찬물에 다시마를 넣어두고 냉장고에 반나절 정도 넣어두면 완성입니다. 다시마 특유의 향과 감칠맛이 물에 녹아 나옵니다. 그리고 그 다시마의 그 미끌미끌 끈적끈적함도 물에 그대로 녹아 나옵니다. 스시(寿司)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코부지메(昆布締め)라는 기법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활어회보다는 숙성회를 주로 먹는데, 그중에서 생선을 다시마에 싸서 숙성시키는 기법이 코부지메죠. 다시마에서 회를 꺼내는 장면을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그 끈적끈적함이 눈으로도 보이는데, 콘부스이도 똑같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콘부스의 츠케멘 호불호를 가르는 결정적인 포인트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18시 오픈을 조금 넘겨서 가게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한 시간이 18시 3분인데 이미 가게에는 3명이 있더군요. 즉 오픈 전에 손님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뜻일 텐데, 꽤 기대가 되더군요.
입구에는 발권기가 있습니다. 일단 발권기 자체는 현금만 받긴 하는데, PayPay와 같은 바코드 결제로 받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가게 내부입니다. 카운터석은 6석, 그리고 4인 테이블석이 3개 있습니다. 탁상 조미료는 후추뿐입니다.
주문 후 10분 정도가 지나니 메뉴가 나왔습니다. 제가 주문한 메뉴는 특제 콘부스이 츠케멘으로, 일반 콘부스이 츠케멘보다 챠슈(チャーシュー), 하치쿠(ハチク)가 더 많이 들어있고, 아지타마(味玉)가 붙어있습니다.
면 부분만 확대한 사진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밑에 자작하게 다시마물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츠케멘을 주문하시면 추가 조미료도 나옵니다. 사진의 위쪽에 있는 소금과 식초가 그것입니다. 소금은 모시오(藻塩)라는 해초로 만든 소금인데 요즘은 해초류의 감칠맛이 응축된 소금 전반을 뜻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레시피로 만들어진 모시오는 약간 베이지색? 갈색을 띠는데 여기는 흰색이네요. 옆이 엤는 식초는 스다치(すだち)라는 파란색 낑깡처럼 생긴 귤의 향이 들어간 식초입니다.
일단 가게에 적힌 "맛있게 먹는 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일단 면만 먹는다.
2. 면에 모시오를 뿌려서 먹는다.
3. 면을 수프에 찍어 먹는다.
4. 중간에 식초를 뿌려서 맛에 변화를 준다.
5. 마지막에 면 밑에 있던 콘부스이를 수프에 부어서 수프를 마신다.
이상입니다. 마지막 5번은 흔히 말하는 수프와리(スープ割)인데, 이건 따로 요청하면 가쓰오부시(鰹節) 베이스의 따뜻한 육수를 내준다고도 합니다.
받고 나서 느낀 점은, 라멘 롯카와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다였습니다. 살면서 콘부스이 츠케멘을 두 번 먹어본 건데 이렇게까지 똑같을 수 있나? 였습니다. 콘부스이 츠케멘이라는 장르에, 면 위에 돼지고기 챠슈, 닭 가슴살 챠슈의 W구성, 멘마(メンマ) 대신 하치쿠를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아지타마까지. 수프에는 파가 듬뿍 들어간 걸쭉하지 않은 간장 베이스입니다. 제가 처음에 올린 롯카의 츠케멘과 여기 츠케멘을 비교해 보시면 유사함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혹시 이게 콘부스이 츠케멘의 가장 스탠더드 한 구성인가 해서 여타 유명점의 사진들을 봤는데 그렇진 않더군요. 뭐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구성이 굉장히 비슷하단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롯카의 개업일은 2021년 3월, 아메키는 2023년 11월입니다.
일단은 면만 먹어봤습니다. 가수율(加水率)이 높은 면인데 탱글탱글한 게 식감이 좋았습니다. 물에 계속 담가놔야 하니, 고가수면을 쓸 수밖에 없긴 하죠. 다시마의 감칠맛도 느껴지는 게 괜찮더군요. 여기에 제공된 모시오를 손으로 집어서 면에 살짝 뿌려먹으니 더더욱 괜찮았습니다. 일단 면은 합격점이었습니다.
다음은 수프에 찍어먹었는데 이건 평범했습니다. 면은 참 좋았는데 수프는 평범하더군요. 나쁘지는 않았지만 특히 인상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육수의 베이스는 닭육수로 추정됩니다. 다만 보통 츠케멘은 수프는 가쓰오부시의 향이 들어가는데, 여기는 그게 안느껴지더군요. 굳이 따지자면 닭육수 베이스의 쇼유라멘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단맛이 강조되고 어패류의 향이 나는 일반적인 수프가 더 취향이긴 합니다. 다만 중간중간 양파의 사각함이 좋은 자극을 주기는 하는데, 딱히 맛을 플러스해주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중후반부에는 식초를 뿌렸는데 뿌리니까 조금 더 나았습니다. 다만 츠케멘에 식초는 취향의 영역이니 불호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에 다시마물을 남은 수프에 부었는데 이 부분이 좀 깨더군요. 수프 자체만으로도 감칠맛은 상당한데, 다시마의 감칠맛까지 더해지니 감칠맛의 대폭발입니다. 다만 문제는 온도와 식감이었습니다. 일단은 온도. 여기의 면은 차갑게 식혀 나오기에 먹다 보면 수프의 온도는 필연적으로 낮아집니다. 그리고 여기에 차가운 다시마물을 붓습니다. 그래서 완성된 물건이 차가운 라멘 수프입니다. 물론 야마가타(山形)의 히야시 라멘(冷やし ラーメン) 같은 장르도 있고 저도 좋아합니다만, 애초에 그건 차갑게 먹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레시피고, 여기는 따듯한 수프로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죠. 이 수프의 온도가 낮아짐으로써 좋은 향이 죽고, 필요 없는 향만 남습니다. 생선구이가 따뜻할 때는 냄새가 좋은데, 그게 식으면 비린내만 느껴지고 그런 거 있죠. 딱 그런 느낌입니다. 그리소 추가로 부어 넣은 수프라는 게 다시마물이다 보니 당연히 비릿함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큰 문제는 식감이었습니다. 다시마 물은 끈적끈적합니다. 정말 더러운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만, 콧물과 같은 물성/점성이라는 사람도 있죠. 저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방향성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이게 면을 수프에 찍어먹을 때는 느껴지기는 하는데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 물성/점성의 수프를 "마셔야"하는 상황은 별개입니다. 안 그래도 비릿한 향이 나는데 식감이 이상합니다. 딱 두 스푼만 떠마시고 내려놨습니다. 따로 요청하면 카츠오부시 다시(出汁)를 내준다고 하는데 그게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의 수프와리가 다시마물이 아닌, 일반적인 다시였다면 종합평가는 3.3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의 경험이 점수를 다 깎아먹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은 라멘집이었습니다. 츠케멘이 아닌 다른 라멘도 있고, 닭 육수에 자신이 있어 보이던데 일반적인 쇼유라멘을 먹고 보고 싶긴 하더군요. 그래서 놀랍게도 재방문 의사는 있습니다. 기본기는 괜찮은 라멘집인 것 같으니, 다음에는 전투력 측정기인 쇼유라멘을 먹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 앉은 사람은 마제소바(まぜそば)를 드시던데 그것도 괜찮아 보이더군요. 얼마나 맛있었는지 면을 리필해서 먹더군요. 제가 와이셔츠를 입고 갔는데 따로 점원이 와서 앞치마가 필요한지 물어봐주고, 작은 가게입니다만 다 먹고 나서 점원이 마중도 나와주는 등, 서비스도 좋았습니다. 이 가게의 무기인 콘부스이만 아니었다면, 좋은 기억만 남았을 텐데 말이죠.
1. 종합평가 : ★★☆ (2.9)
2. 상호명 : 라멘 아메키(らぁ麺 あめ㐂)
3. 지역 : 효고현 고베시 (兵庫県神戸市)
4. 위치 : https://maps.app.goo.gl/oV2DEaKFQtqJJDNo9
5. 분위기 : 카운터 6석 + 4인 테이블 3개
6. 방문일시: 2025년 8월 20일 (수) 18시경
7. 사용금액: 약 1,250엔/1인
제 리뷰의 점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명점 = 장시간의 웨이팅 또는 치열한 예약경쟁의 가치가 있는 집
★★★:맛집 = 단시간의 웨이팅 또는 예약의 가치가 있는 집
★★:평범 = 어딜 가나 있을법한 퀄리티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