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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Apr 12. 2023

시간을 아끼세요!

'처음 본 느낌 그대로', 일상을 소중히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좋아하는 음악 듣기, 가슴을 떨리게 하는 문장 만나 울컥하면 노트북을 켜고 즉시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 주거나 받기, 숲이나 푸르름이 느껴지는 풍경 바라보기, 예쁜 꽃을 선물 받기, 힘들게 일해 번 돈으로 가족들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순간, 축 처져 있다가도 위기가 다가올 때 악바리 정신으로 일어설 기미가 꿈틀거릴 때, 삶이 힘들어 다 죽어가는 것 같다가 오늘처럼 나를 사로잡는 문장에 휩싸일 때 등이다.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수년 전 혼자 자서전을 계획하고 목차를 짜서 열심히 적을 무렵,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머릿속을 차지하던 '작가'라는 단어만으로도 몸이 번쩍 반응하던 시절이라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동안 여기저기 쓴 글과 목차를 거쳐 브런치 작가가 되고, 여기서 좋은 작가님들을 만나고... 또 혼자 시들해져 글을 쓰는 둥 마는 둥 하며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가 작년 겨울, 하필 어머니 생신인 날, 수요일 오후에 이모가 세상을 떠나고 감정 변화가 아직 좋지 못하다. 우울함이 수시로 드나든다. 그래서 책을 들고 있다가도 허무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입맛이 없고, 자유로운 시간에도 사는 게 기쁘지 않았다. 어찌 되든 시간이라는 것은 무조건 흘러가는데, 내게 남아있을 공식적인 시간은 신만이 아시겠지만, 잘 보내든 헛되이 보내든 어찌 됐든 흘러가는데 그렇게 막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이모의 죽음이 안겨준 유산이다.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온몸과 마음, 영혼이 부르짖는 것!

그러다가 이곳에서 알게 된 작가님이 선물로 준 그림 생각이 났다. 선물로 그림만 받고 교류 없이 수년이 흐르고,  부크크에서 책을 내면서 고마움이 다시 스쳐가는데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애만 태우다가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하니 웹사이트가 뜨길래 혹시나 하고 연락드렸더니 답을 해주셨다. 그리고 그분의 전시회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열린대서 얼마 전 방문했다. 인연의 끈이 신기하다. 누군가 귀한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준 그 마음을 하늘이 아셨나 보다. 그렇게 기쁜 순간이 오가고 일상은 여전하다. 내향적인 성향으로 혼자 깊이 생각하는 만큼 세상과 사물, 일을 바라보는 시각도 복잡해서 스스로 머리가 아플 때가 많다. 조카들이 학원을 다니고 바꾸고 들어가는 돈만큼 걱정거리도 커지고, 언제까지 밥벌이하며 가족을 책임질 수 있을지 자신감과 에너지가 떨어질 찰나 오늘 읽은 문장이 걱정 구덩이에서 꺼내어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든다.


 "죽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많이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죽은 것은 아니에요. 다만 인생으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것뿐이지요. 그 사람들은 선수인데도 인생을 연습 시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나 나중을 위해 힘을 아껴두려고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벤치에 앉아서 언젠가는 손에 넣게 될 우승컵을 눈앞에 보고만 있을 뿐이지요. 그동안에 시간은 흘러가버리는 거예요. 그럴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게임에 나갈 수가 있는데두요."

- 콜린 하긴스, 해롤드와 모드


인생에 연습 게임 같은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 순간, 이 시점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쁜 옷을 입고 환하게 웃을 시간, 조카들에게 다정한 말을 건넬 시간,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눈을 맞추고 그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을 시간도 감히 함부로 확신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바로 실전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문장을 타고 혈관과 세포 사이로 쏟아 들어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내일을 단정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인 우리 인간이 오만방자하게 무수히 많은 연습 시합이 알아서 기다릴 줄 알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삶을 기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위기가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똑같이 또 살아가겠지. 지금은 이렇지만, 나중은 알 수 없는 나 자신을 어찌하랴. 하지만 막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한정되어 있는 삶을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야 맞다는 생각이 허무감을 떨쳐버리게 만든다. 다시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주어 고맙다.


어머니표 해물탕 게 다리를 건져 해물 라면 완성

나이가 들수록 과자나 라면, 인스턴트 음식을 소화하는 힘이 줄어드는 게 몸으로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라면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끓이고 사진 찍고 기념하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일상 속에서 살아있다는 표시를 이렇게 내는 건지도...





어머니표 딱새 된장찌개에서 딱새 꼬리 몰래 훔쳐 라면에      풍덩!

살아가는 것은 시시한 것을 받아들이고 시시한 것을 채우기 위해 애쓰고 시시할지라도 자신을 인내하면서, 남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을 건지려고 부단히 애쓰는 전투인지도 모른다. 때로 삶이 전쟁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먹고 입고 자고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 결코 쉬운 과정 속에 있지 않다는 것.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감사가 눈부시게 쏟아져야 할 텐데 늘 우울과 허상에 갇혀 제대로 못 보는 나는 아직 어리석은 중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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