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붓다!
영원한 사랑, 기다리는 마음, 향기로운 인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동생이 새로운 꽃을 보여준다. 어디서 이리도 신기한 꽃들만 사 오는지, 심는지 모를 일이다. 이름은 밸런타인재스민. 꽃말은 영원한 사랑, 기다리는 마음, 향기로운 인연이란다.
내일은 동생 생일이라서 지난주 금요일, 미리 꽃다발을 사다 주었다. 어제는 학원 수업 마치고 동네 빵집에서 제철 과일 한가득 올려진 케이크를 사다 주었다.
조카들은 택시까지 타고 먼 곳으로 이동, 파티 소품을 사 와서 방을 꾸민다. 생각하고 준비는 많이 했지만, 케이크에 초 꽂고 노래 부르고 불 끄고 밥 먹고 순식간에 지나갔다.
자궁근종으로 식단 조절 중인 맏이를 위해 어머니는 자기 생각에 좋은 블루베리를 사 오셨다. 그런데 어쩌면 좋을까? 내게는 블루베리가 맞지 않다. 둘째 생일이지만, 어머니는 모든 식구의 입맛과 특징에 맞춰 한 상 차렸다.
호르몬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제품이나 콩류는 삼가야 한다. 그러니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 금양체질에 맞는 고사리와 잎채소로 담근 김치가 빠지지 않는다. 해산물인 새우와 강한 열을 발산하는 고추가 섞인 볶음. 각자 좋아하는 취향을 고루 반영한 결과다.
동생 생일이라고 지인이 준 수박도 이제는 먹지 못한다. 폐가 가장 강하고 간이 제일 약한 체질이라서. 몸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야 덜 피로하다. 어릴 때부터 체력이 약하고 에너지가 달리는 게 체질과도 관련이 있었구나. 성격 또한 급해서 뭐든 빨리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힘든 일도 금세 끝내는데, 저질 체력이라 지구력이 약한 점도 체질과 동떨어지지 않다. 이처럼 나를 알아가는 맛이 행복하다.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줄로만 알았는데, 위기가 닥칠 때 울고만 있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 빠르게 움직이는 나를 보면서 놀라기도 했다. 이런 면이 있다고? 대신 계획한 일을 엿가락 늘어지게 한참을 두고 움직이지 않는 면도 이제는 이해가 된다. 알고 보니 그런 면들까지 새롭고 사랑스럽다. 올해는 그 누구보다 내게 집중하고 알아가고 사랑한 후, 그 힘으로 타인을 살리고 싶다.
동생은 언니가 사준 꽃다발을 풀지 않고 화병에 물만 담아 그대로 가져온다. 축제의 주인공이지만, 미안한 것이리라. 그 마음 아니까 받아서 어머니께 건넸다.
어머니는 화병 두 개에 주인공에게는 조금 더 다양한 꽃을 담아 꽃꽂이를 했다. 새하얀 작약에서 달콤한 향이 난다. 기분이 좋다. 행복해진다. 꽃을 보면 이렇게 마음이 유순해지는구나. 우울할 때 왜 그토록 꽃을 원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산다. 안 치운다고 잔소리가 끊이지 않으면서도, 이제는 밖에서 사 먹자고 하면서도 계속 음식을 만드는 하트 뿅뿅 엄마표 밥상이 계속된다. 물론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중재자인 맏이는 집안일보다 밖으로 다니며 어느 가게 앞에서 꽃모종을 고를지 모를 동생에게 잔소리를 줄였다. 잔소리가 그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했으니까.
이모에게 미안한지, 조카는 "이모 때도 해줄게."라고 하지만... 그리 큰 신뢰가 가는 말은 아니다. 아직도 아기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똥강아지 조카들이 있어 덜 지루하다. 이런 휴일이 지나간다.
우울할 때는, 누군가 그리울 때는 밸런타인재스민을 생각해 보세요.
영원한 사랑으로 묶인 향기로운 인연이 어디에선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아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