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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아도 끌리는 사람의 비밀(2)

내가 스스로의 ‘추구미’가 아닐 때

by 미세

조금 옆길로 새자면, 그때는 나의 소위 ‘추구미’ 가 근육 탄탄한 글래머일 때였다.

헬스에 필라테스에 멋지게 근육 라인이 잡힌 몸매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뽐내는 여인들.

상대적으로 마른 몸을 가진 나와는 조금 결이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한창 그때 유행하던 단어가 ‘애플힙’이었다. ‘애플힙 만드는 하체 운동 10가지’, ‘애플힙 만드는 데 꼭 챙겨야 할 식품’같은. 엉덩이 키우는 법이라거나 애플힙 만드는 법이라거나 하는 컨텐츠들은 하나같이 조회수가 고공 행진이었다. 아, 사실 요즘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하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애초에 골반 크기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니, 힙 근육이라도 키워서 섹시한 몸매를 가지고 싶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말하는 대로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 운동을 한 후 뻐근한 근육통이 느껴지면 비로소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더 나은’내가 되기 위해 ‘자기 관리’를 하는 내가 자랑스러웠고, 빨리 몸의 변화를 더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가끔 인터넷에서 마르고 싶어서 절식 다이어트를 하고, 먹고 나서 토하거나 하며 식이장애를 갖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저런 건 아무래도 어리석은 짓이지. 몸은 건강한 게 최고야. 근육도 있고 탄탄한 몸매가 역시 건강하고 제일 좋은 것 아니겠어? 통통해도 그렇지만 그냥 마르기만 하면 매력이 없는데 그걸 모르네.’라고 생각했었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 넌 말라서 다이어트 같은 거 할 필요 없겠네, 부럽다. 하는 친구들의 말을 들으면

‘아이 그런 것도 아니야~난 마른 게 좀 별로라서 증량하고 싶어서 운동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문장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만, 전형적인 칭찬을 못 받아들이는 사람의 화법이었던 거다. 자신을 가볍게 비하함으로서 칭찬을 그대로 받지 못하고 상쇄하는.


거기다가 ’나는 단순히 마른 미의 기준을 따르지 않아, 무작정 마르고 싶어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마름보다 건강을 우선시하는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라는 메시지를 표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 어찌나 오만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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