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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코는 왜 Nov 19. 2018

사실 삶은 죽음 옆방에 살아

#2 코코 카피탄 전시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

'Lost Sailor', 'Cametery Island'

사는 것과 죽는 것은 한 끗 차이라지만 살아 있으면서 그걸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문 닫아 폐허가 된 주유소, 폐교, 공동묘지, 이미 사라져 버린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이 있다면 좀 더 우리는 쉽게 죽음을 연상할 수 있지 않을까? 죽음의 의미를 넓게 확장시켰을 때 그것은 단순히 살아 움직이는 것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어떤 건물, 직업, 나라, 태워지는 편지,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어 흘러내리는 쓰레기장 등에서도 죽음을 느낄 수 있다. 


코코 카피탄 전시 2번째 주제는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버릴 것들, 이미 사라진 것들에게서 죽음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다시 삶을 환기하는 작가의 고찰이 작품에 담겨있다. 의도적인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죽음의 방 옆으로는 작가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과 상상 속 작가의 모습이 담긴 공간 연출이 돼 있어 삶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Lost Sailor' 'Obsolete Telephone Box'

내가 처음 기차를 탔을 때 그 좁은 열차 공간으로 여러 가지 음식이 쌓인 카트를 밀며 오던 누나가 생각난다. 지금은 그런 판매 카트가 없어져 그 누나의 얼굴이 어땠는지 확인할 수도 없겠지만 그런 직업과 그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런 식으로 사라진 것들이 내 주변에만 해도 벌써 한가득이다. 오래전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플라타너스가 가득했다. 여름이면 넓은 잎을 따다 소꿉놀이할 때 밥공기로 쓰고 가을이면 운동장을 메울 정도로 가득한 잎을 이불 삼고 베개 삼아 놀기도 했다. 비가 와서 눅눅해진 날이면 플라타너스 잎에서 나는 향기가 낮은 내 몸을 하루 종일 감싸고 있어 씻지 않아도 개운했다. 물론 지금은 다 사라졌다.


'I Have More Fun Home Alone'

그런 옛 기억 들을 뒤로 하고 내가 평소에 하는 일이나 바로 어제 집에서 한 일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 만큼 특별하게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나 돌이켜 본 일들이 오히려 새롭고 앞으로 남아 있는 일들은 지루하고 뻔하기만 하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게 비단 나뿐만은 아닐 거다. 코코 카피탄은 나처럼 반복되고 지속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속에서 특별한 일을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위의 작품들은 코코 카피탄이 직접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낸 것이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주방, 욕실, 화장실 등의 장소에서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사진을 찍어냈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관객들이 진정한 삶의 욕구를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코코 카피탄은 죽음의 방을 넘어와 잔뜩 감상적으로 돼 있는 우리의 마음을 한 마디 농담 같은 사진으로 무장해제시키며 허무함까지 느끼게 한다. 그 허무함은 결국 웃음으로 웃음은 새로운 삶을 살아갈 동력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 코코 카피탄의 전시는 우리의 삶의 욕구를 만드는 것이다.


코코 카피탄 전시 두 번째 이야기의 마지막은 작가의 상상과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 찬 방이다. 작가가 겪었던 소외감과 내적 갈등을 토대로 만들어 낸 공간은 파란색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이 만들어 낸 두 명의 형제와 파란색의 공간과 같은 상상은 그전에 보아온 죽음과 삶의 고민이 담긴 작품들과 동떨어져 있고 모든 현실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희망의 모양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가장 편안할 수 있는 침실과 집, 가족, 차 등 모든 것을 갖춘 이 방은 모든 삶의 롤모델처럼 보인다. 죽음과 삶을 지나 도착한 희망의 장소에서는 누구나 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한 문제에서 시작해 그것을 단순히 문제로 남기지 않고 해결 과정을 보여주는 코코 카피탄의 방식은 강한 한방이 있는 마지막 층으로 우리를 이끈다. 역설과 대비, 색채상징과 메시지 등 다양한 기법과 생각을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내며 2개의 층을 꾸며낸 코코 카피탄이 펼쳐낼 마지막 이야기가 기대됐다. 사실 이 정도까지 오면 다리가 슬슬 아파오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쳐 있는데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건 마지막 작품을 보는 순간 피로가 싹 풀린다.


정말로.



코코 카피탄 #1 https://brunch.co.kr/@tjsanf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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