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마지막 주. 호주에 와서 지금까지 정신없이 보낸 3번의 Term과는 달리 정말 조마조마하면서 조용한 Term2를 보내고 2주의 방학을 맞이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는 정상수업을 시작하였지만 그동안 많았던 학교 행사와 외부 견학활동, 스포츠 활동, 학년 간의 교류활동 등은 일절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학교 방문 역시 금지되어 담임선생님과의 인터뷰도 전화로 시행되었다. 그전까지는 부모가 쫓아다녀야 하는 학교 행사가 왜 이렇게 많으냐며 불평했었는데 그렇게 학교에 가서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익혔는지 볼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다는 당연했던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지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5월 25일 NSW주의 학교 정상수업이 시작되고 바로 이틀 등교한 26일, 집 근처에 있는 학교 두 곳에서 신규 확진을 받은 학생이 각각 한 명씩 발생하여 아침부터 시끌시끌하기도 하였다. 해당 학교는 연락을 받자마자 모든 학생들을 귀가 조치시키고 소독과 청소를 하고 이틀 후 다시 오픈하였다.
그날의(5월 26일) NSW주의 신규 확진자는 모두 4명, 그중 2명은 이 두 학생이고 2명은 해외에서 온 사람이라는데 해외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경찰이 지키고 있는 시내의 호텔에서 격리기간을 지낸 후 귀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학생들은 도대체 어디서 감염된 것인지 며칠 동안 신문을 얼마나 열심히 봤는지 모른다. 하지만 신문 어디에도 명쾌한 정보가 없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지금 근처에서 2명의 학생 확진자가 나왔지만 정부에서 잘 컨트롤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학교를 보내라, 혹시 우리 학교에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빠르게 안내할 테니 그때는 즉시 학생을 데리러 학교에 오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호주는 Corona safe라는 앱을 대대적으로 가입하도록 권하여 동선 파악을 하고 있다.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큰아이의 Highschool도 모든 학생들이 이 앱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접촉자로 확인되면 당연히 정부에서 연락을 해줄 것 같지만 요즘은 거의 확진자가 한 자리 숫자로 비교적 적게 늘어나고 있는데 그것도 학생들이 확진받았는데 어디서 감염되었는지 정보가 없으니 걱정스럽다. 그 후에도 근처 다른 초등학교의 스텝 한 명이 확진을 받아 그 학교만 문을 닫는 일이 또 발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와 연관된 신규 확진자는 더 발생하지 않았고 무사히 학기를 마칠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으니 아이가 약간의 콧물, 기침은 물론이고 feeling이 안 좋아도 절대 등교시키지 말라고 계속 안내하고 있다. 여기서 나에게 신선했던 사실은 feeling이 안 좋아서 학교를 안 간다는 사실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에 겪었던 일인데 교복까지 다 입고 학교에 온 아이가 feeling이 안 좋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나와 아이의 같은 반 친구 중국인 엄마는 병원에 가냐,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는데 아프진 않고 그냥 단지 필링이 안 좋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그 아이는 전혀 아파 보이지 않았고 너무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이 나라에는 아이의 생일이라 아이 기분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 등등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결석의 사유가 존재하는 것 같다. 중국인 엄마와 나는 서로의 나라에서는 학교는 당연히 가야만 하는 곳이라 이해할 수 없다고 한참을 얘기했지만 삶의 질적인 면에서 보면 훨씬 앞선 사고방식인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 어릴 적 학교 가기 싫은 날이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리고 회사 가기 싫어서 사라져 버리고 싶은 날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은 날 조용히 쉬거나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면 훨씬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그랬다가는 인내심이나 끈기가 없어 무슨 일을 하겠냐고 개인이 비판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사실 우리 둘째 아이는 방학을 2주 앞두고 날씨가 점점 추워져서 그런지 코를 훌쩍이곤 했다. 그렇다고 다른 감기 증세가 있거나 콧물이 줄줄 흐르는 것까지는 아닌데 멀쩡하다가 갑자기 학교 가려고 집 밖을 나설 때면 훌쩍훌쩍 거리는 것이다. 어느 날은 또 밤에 훌쩍거리기도 하여 감기라기보다는 기온차에 따라 한 번씩 콧물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이걸 학교에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고민하다 학교에 보낸 뒤에는 학교에서 데리고 가라고 전화가 올까 봐 계속 조마조마해하고 있다. 나부터가 아이의 컨디션과 필링을 전혀 감싸 안아주지 않는 자세를 가지고는 우리 사회를 탓하고 있으니 원. 라떼는 말이야 아파도 학교 가서 쓰러지라고 했다고, 개근상 못 받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고 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코로나 시대로 인하여 작은 증상이 있더라도 나와 타인을 위해 집에서 푹 쉬는 것이 일반화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 같다. 이렇게 조용하고 무사히 한 학기를 마쳤고 이번 방학 역시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아주 조용하게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7월 8일 현재 호주는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주의 신규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빅토리아주와 NSW주 경계가 봉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