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를 통해 내면의 슬픔에 공명하며 마음 토닥여주기
비가 온다.
하늘, 나무, 보도블럭, 잿빛 건물과 온 세상 흐린 것들에 스며들던 빗방울들은 어느새 내 속으로도 흘러들어와 그동안 어딘가에 버려진 채 외로움으로 투명해져 버렸던 나의 슬픔들에게 반짝이는 빛의 옷을 입혀주었다.
눈물.
분명 시리고 설운 몸에서 나온 것인데 고것이 어찌도 그리 항상 뜨거운 건지 여지껏 의문이었는데 오늘 문득 알게 된 것 같다. 그간 애달프고 쓸쓸했던 슬픔들은 이젠 자유로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도 몸을 말아 서로 뭉쳐, 둥그런 돋보기 마냥 세상 빛을 그러모으며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네도 이렇게 눈물처럼 흘러나와 서로 둥그렇게 모여낸다면 빛나는 뜨거운 한 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우리, 모이자, 둥글게 둥글게 모이자. 눈물같은 생을 살고 있는 만유의 모든 미물들이여.
아프고 아프고 또 아팠다. 감기가 한 달 넘게 가고 있다. 몸은 아직도 찐득한 가래 기침을 토하듯 뱉어내는 중이다. 병원에서는 그런다. 기침, 가래만 있으면 두 달까지는 감기로 본단다. 귀찮았나 보다. 한꺼번에 7일치 약을 처방해 주었다. 많이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몸이 아프니 맘도 약해졌나 보다. 차가운 가을비를 보니 자꾸만 눈물이 났다. 요 못난 몸에서 나온 것이건만. 손등에 떨어진 눈물 몇 방울, 참 따뜻했다. 아니, 뜨거운 것도 같았다. 반짝였다. 예뻤다. 기특했다. 몸에게 말해주었다. 고마워. 사랑해. 이 생 끝날 날까지 나와 함께 있어줄, 언제나 진실하고도 정직한 나의 친구야.
이번 주말은 정말 맛난 거, 좋은 거 먹으며 푹 쉬어야겠다.
감기야, 물럿거랏!! 얍! 얍!!!
(요즘 한강의 '흰'을 필사하고는 했다. 그래서 한강의 시같은 산문체를 따라해 보았다. 한강님, 수상을 넘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