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시간이 먹는 시간보다 길겠다.
나는 기다리는 시간이 먹는 시간 만한 곳은 잘가지 않는다. 급한 성미도 한몫하고, 1시간 가까이 기다리다 먹는 음식이라면 웬만한 음식은 다 맛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실컷 검색해서 찾아간 음식점 문턱에서 ‘1시간은 기다리셔야 되세요~’ 라는 말을 듣거나 끝없는 줄을 보면 망설임 없이 근처 다른 음식점으로 노선을 바꾼다. 그래서 코앞에서 돌아선 유명 맛집이 끝도 없다. 대충 읊어보자면, 망원동 건물 지하의 유명한 카페, 서울역의 텐동 맛집, 성수동의 네추럴 와인바, 서울숲 식빵 맛집… 카페, 음식점, 술집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웨이팅 리스트에 올려 한 시간 넘게 기다린 적이 언제인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3년 전 강릉의 짬뽕 순두부 찌개집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한 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먹은 그 맛은 그냥 짬뽕과 순두부 맛이었다. (악의는 없다. 내 혀가 그렇게 섬세하지 않은지도 )
덧붙이자면 요즘 대부분의 음식점이 상향 평준화되어있다고 생각해서 ( 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니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 나중에 와도 그만, 못 먹어도 그만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이는 해외여행 중이라면 좀 더 엄격히 적용되는데, 가서도 언젠가 또 오겠지 라며 돌아설 수 없단 사실을 알면서도 긴 줄을 보면 돌아선다. 여행의 황금 같은 시간을 웨이팅에 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정말 후회해본 적이 없다. 뒤돌아서서 우연히 들어간 다른 음식점은 나만의 장소, 나만의 추억이 되어 오랫동안 남았다. 태국 방콕의 국숫집이 그랬고, 일본 오사카의 라멘집이 그랬다. 우연이 주는 경험은 꽤나 낭만적이었다.
그래도 맛집 검색은 꾸준히 한다. 언젠가 웨이팅 없이 들어갈 그 날을 위해서, 들어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
https://brunch.co.kr/@nightperson/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