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2편
(1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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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매일매일 우리는 강아지의 안부를 확인하고 정을 붙이는 행동들을 하게 된다.
출근길, 퇴근길마다 매번 울타리 안에 있는 녀석과 뛰어놀고 교감하고 냄새를 맡게 하고 간식을 주는 등 불편한 만남을 이어가던 어느 날,
홀로 강아지를 보러 갔던 와이프가 근처에 계시던 어르신께 불쾌한 말씀을 듣게 됐다.
"새댁 자주 오네? 근데 그 개도 얼마 안 있으면 곧 없어질걸? 정 붙이지 마"
웬 소린가 어르신께 물으니, 주인이 개장수한테 팔거나 건강용으로 쓰일 녀석이라고 하셨다고 한다.
정을 붙이고 지내던 와중에 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와이프는 몇 날 며칠을 울며 고민했다.
근처에 가깝게 지내던 형제들과 친구들을 불러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생각의 퇴고를 거치던 며칠이 지나고, 결국 우리 부부는 결정을 내렸다.
"주인께 편지를 쓰자. 진심을 담아 공손히 분양을 부탁드리고 가능하다면 키워보자"
적절히 쓴 편지를 울타리에 봉인하고 5일이 지났을까. 주인께 연락이 왔다.
“5만원만 주고 데려가쇼"
무슨 부장님 말씀도 아닌데 (부장님 말씀이라도 한 번은 흘릴만한대도 말이다) 우리는 곧바로 녀석을 데려올 생태계를 마련했다. 특히나 매사에 추진력 강하던 와이프는 바로 고양이들이 있는 방을 싹 정리하더니 녀석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여러 강아지 용품과 격리물품들을 구매하고 채워놓았다. 원주민이던 고양이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이해하길 바랐다.
일사천리로 녀석의 방을 만들고 곧바로 강아지가 있는 그곳으로 갔다. 이제는 구조라는 명목으로 만나게 되는 따뜻함을 알아서일까 우리(cage) 안에서만 우리를 마주했던 녀석이, 긴장도 않고 작지만 새로운 케이지로 어느새 들어왔다. 예약해 둔 동물병원에서 적당한 접종과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오랫동안 몸에 베인 시골강아지 냄새를 빼러 근처 강아지샤워시설에서 샤워를 했다. 처음 해보는 강아지 샤워에 셋다 물을 흠뻑 뒤집어썼지만 기분이 좋았다.
몇일간의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녀석이 집에 들어왔다.
유튜브를 통해 급하게 공부한 지식을 토대로 나름대로 열심히 녀석이 살 곳을 꾸려주고 따뜻함을 주려했다. 부디 우리를 가족으로 알아주길 바랐다.
어찌됏건 나름 처음해보는 강아지 구조에 성공했다.
팩트체크도 없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 때문에 두서없이 벌어진 말 못 할 상황이었지만, 어찌 됐건 목표를 이뤘다. 녀석도 우리도 행복하면 되었다. 심지어 5만 원을 벌게 된 그 아저씨도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누군가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졸지에 집을 잃어버린 원래 세입자는 연신 쫓겨진 자기 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새롭게 방을 차지하게 된 녀석은 가을에 우리가족이 된 “가을이”로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