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샷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by 쌈무

에스프레소 (Espresso) 곱게 갈아 압축한 원두가루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맛과 향이 진해 물이나 우유와 함께 커피 음료를 만드는 원액이 되죠.


옛날에 SNS에서 재밌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면접에서 뻔하디 뻔한 최악의 답변 중에 하나가 "에스프레소 샷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에스프레소 샷 같은 사람입니다. 에스프레소는 물과 합쳐지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우유와 합쳐지면 라떼가 됩니다. 저는 어떠한 일을 하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융화력이 강한 사람입니다."


물론 손발이 조금 오그라드는 답변이긴 하지만 카페 일을 했던 사람으로서는 참 공감이 갔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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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알바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에스프레소 샷 추출하기를 맨 마지막에 배웠습니다.


크게 4단계로 나눠졌는데

1. 샌드위치 만들기

2. 커피와 라떼 종류를 제외한 백(Back) 음료 만들기

3. 우유 스팀 하기

4. 에스프레소 샷 추출하기 순서였습니다.


그때는 속으로 불평을 좀 많이 했었습니다. "아니, 일도 바빠 죽겠는데 그냥 처음부터 같이 배우면 안 되나?"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규모가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이라 가능했었고, 결국 일은 순서대로 배우는 게 맞는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에스프레소 샷 내리기가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라떼와 모카, 스무디까지 수 십 개의 메뉴에 에스프레소 샷이 들어갑니다. 결국 에스프레소가 맛이 없으면 대부분의 메뉴가 맛이 없어집니다. 언뜻 보면 양도 얼마 안 되는 것이 메뉴의 향과 맛을 크게 좌우합니다. 무엇보다 에스프레소 추출 기계는 기본적으로 몇 천만 원부터 시작하는 고가의 장비입니다. 잘 못 다루면 고장이 나니 책임감이 필요할 수밖에 없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 샷 내리기를 배웠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나중에 면접에 가서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가끔씩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결국은 어떠한 사람을 만나든, 어떠한 일을 하든 나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과 '본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내가 맡은 일이 몸 담고 있는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나가며 실력을 키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페 알바생이 깨달았던 나름 거창한 인생의 교훈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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