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희망, 녹차 라떼

취향의 소중함

by 쌈무

저는 결정 장애가 조금 있습니다. 이 결정장애가 심해졌던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카페에서 음료를 고를 때였습니다. 카페에 가면 굉장히 많은 선택지가 있습니다. 커피, 라떼, 스무디, 에이드 등등 기본적으로 수십 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건강상태와 입맛을 고려하니 그중에서 선택지가 별로 되지 않습니다. 커피는 카페인에 약한 편이라 많이 마시면 안 되고, 에이드는 탄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피해야 하고, 스무디는 단 맛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안 마시는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거르고 거르면 선택지가 몇 개 남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시게 됐던 녹차 라떼는 저의 결정장애를 도와주는 한 줄기 희망이 되었습니다.


녹차의 맛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달콤 쌉싸름합니다. 너무 달지도, 그렇다고 너무 쓰지도 않은 균형적인 맛입니다. 목 넘김도 부드럽고, 건강에는 좋은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나쁘지도 않은 그럼 음료였죠.


그래서 저에게는 음료를 마시는 한 주의 루틴이 생겼습니다. 일주일에 5번 정도 카페를 간다고 가정하면 2번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2번은 녹차 라떼, 마지막 1번은 가끔 새로운 음료 도전하기였습니다.


단골 카페에서 마시던 아이스 녹차라떼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고정적인 선택지가 있다는 건 정말로 좋은 일이고, 다행이라고 느낍니다.


카페에 가면 가끔씩 중요한 일을 하게 됩니다. 대학생 때는 과제를 하거나, 직장인일 때는 필요한 작업을 하거나 등등. 그런 중요한 작업을 하기 전에 어떤 음료를 마실까 몇 분동 안 고민을 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는데 선택이 빠르니 선택하는 스트레스가 줄어들었습니다.






카페 알바를 할 때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으면 메뉴선택을 오랫동안 고민하시는 손님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아 세상에는 결정 장애인 사람들이 많구나."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결정장애라는 표현보다는 프로고민러라는 표현이 더 긍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표현은 프로고민러라고 해볼까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프로고민러가 되는 순간은 특히 소비를 하는 순간입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거의 매일 소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카페 음료이니 두말하면 입아프죠.


하지만 프로고민러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서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주고, 나름의 기준을 정하다 보면 자신만의 취향이 분명히 생깁니다. 그렇게 생긴 저의 취향은 녹차 라떼입니다. 여러분도 카페에서뿐만 아니라 어떤 소비에서든 PLAN A가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기 바랍니다.


매일 하는 소비라면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취향이 어느 순간 만들어집니다. 그 취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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