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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 Jan 07. 2024

2024년, 예상되는 기획자 라이프

제법 회의적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작년 말 한 송년회 자리에서 왜 그렇게 꼭꼭 숨어서 활동하냐는 얘길 들었다. 같이 뭐 하나 하고 싶었는데 도통 내 행적을 알 수 없었다나. 딱히 은둔해 있지도 않았고 엄청나게 싸돌아다녔는데. 허허. 그래도 서로의 시야 바깥으로 가려지면 몰랐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숨김없이 감정을 드러내자면 썩 상쾌하지는 않다. 왜냐고 묻는다면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가장 큰 것 중 하나로는 완치되지 않은 번아웃일 거다. 아직 치유 중인데도 벌써 2024년엔 뭘 해야 할지 궁리하고 있으니. 확실히 작년 초에 한해살이를 짜며 느꼈던 두근대는 감정이 지금은 소실된 듯하다.

작년 초에는 하고 싶은 게 많았고, 한 해 계획을 짜는 게 즐거웠다. 지금은 이 정도는 아닌듯...

아이러니하게도 작년 내게 가장 큰 고통을 주면서 또한 가장 큰 성장의 촉진제가 됐던 건 기획자 라이프였다. 마치 채찍과 당근 마냥 두들겨 맞은 만큼 보상을 받는 체계가 이루어졌달까. 고통 없이 열매 없다는 자본주의의 철칙을 고스란히 답습했지만, 힘든 건 힘든 건데 어쩌라고.


충분히 할 만큼 하지 않았냐는 얘기를 들을 때도 어느 정도 동의했지만 지금의 내겐 오만한 생각일 수 있다. 기획자로 살아온 지 4년째. 이제 돌아가는 시스템이 얼추 파악되긴 하지만, 어떤 분야든 더 넓고 고차원의 영역이 있는 법이다. 이 생각을 나보다 몇 수 위에 있는 기획자 선배들에게 육성으로 내뱉으면 얼마나 코웃음을 칠는지.


그래서, 올해는 어쩌려고?

매년 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올해는 기획자 일에 쓸 열정을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혹자는 그러더라. '과연 그게 마음대로 될까요?' 네버 세이 네버라고, 물론 올해 어떤 기회가 주어지고 어떤 상황에 닥치느냐에 따라 다를 거다. 이것 또한 내 바람의 일부지, 어떻게든 내려놓아야겠다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밟는다는 건 아니니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언행 불일치의 사례를 보면, 얼마 전까지는 왜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지 않을까 생각하며 혀를 찼다. 이제는 내가 모르는, 생각 전환의 계기가 된 스토리텔링이 있을 거라고 되뇐다. 줏대 없는 인간이라고 손가락질받는다면, 기질을 꺾을 수밖에 없었던 스토리를 보여주면 될 일이다. 그리고 당신이 내가 살아가는 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람이 아님에야,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데 어쩌라고.

올해는 올해의 태양이 뜨겠지

전술했듯이 주체성은 약간 꺾일 것으로 예상되나, 여전히 올해의 내게는 무수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 기획자로서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마다하는 게 오히려 현명하지 못한 선택일 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교육 콘텐츠 쪽으로 활동해보고 싶다. 기획자도 좋고 교육자도 좋다. 올해도 무엇 하나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사례만 생긴다면야, 지금은 비록 회의적이더라도 2024년 끝에 다다랐을 때는 이날의 사고가 미래를 위한 심층적인 고찰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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