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미니를 독차지하고 싶었던 아이에게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피구’를 잘하는 사람은 최고 인기 쟁이였다.
나는 피구로 공격은 못해도 피하는 것 만큼은 반에서는 제일 잘했다.
너무 죽지 않고 피하기만 잘해서 나는 게속 방어만 하며 혼자 오래 살아남았다.
공을 못 던지는 사람이 오래 살면 그것도 정말 힘들다. 언제 맞을지도 모르는 공을 피하며 두려움을 겪어야한다.
계속서로 공을 던지는데 그사이에서 그만하고 싶은데 그만하지 못해서 억지로 살게된다.
나는 공격은 못하지만 잘하는 편이어서 나름 인기쟁이 그룹에서 순위권에는 들었다.
밝고 성대모사도 잘하고 착해서 인기가 많아지면서 인기쟁이 그룹에 들어갔다.
그렇게 가장 공격도 잘하는 친구둘이랑 나는 집방향이 같게 되면서 더욱 친해진다.
그러다 그중 한명이랑 집을 같이 가던중.
우리집 강아지 이야기를 했다. 미니라는 강아지.
“말은 안듣고 간식줄 때만 애교부려서 여우같아”
이 한마디가.
엄청난 불씨가 될 지 나는 감히 상상도 못했다.
그 한 순간이 사람한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도
그 다음날 아침에 등교하고 알았다.
A는 B에게 내가 “B를 여우같다: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고 전달했다.
그리고 모든 반 학교여자애들이 갑자기 똘똘 뭉쳐서 그 사실이 정말이야?라고 물었다.
나는 생전 처음 겪는 눈초리에 말문이 턱 막혔다.
강아지이야기인데.. 그게 왜 그렇게 됐지?라는 말 한마디도 못했고
그런 말이 아닌데.. 갑자기 벙어리가 됐다.
나는 원래 밝고 개그도 좋아하고 선한 사람인데.. 왜 이렇게 됐지…
꿈인가? 그날 하루 종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꿈인가해서.
지금도 꿈만 같다. 하루아침에 나는 뒷담화를 하는 사람이 돼있었다.
그 이후로 갑자기 친했던 친구들도 등을 돌리고
A를 위로하고 A와B는 절친이 돼고 나는 그냥 조용히 아무말도 못하는 사람이 됐다.
울지도 방어하지도 않고 그냥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만 듣고 조용히 혼자 지냈다.
그렇게 초등학생 첫 배신이 시작됐고 나는 아무것도 못했다.
안녕? B.
너는 기억을 하고 있을까?
아픈 사람이 더 잘 기억하기 마련이니깐 아마 모를 수 있겠지.
나는 너의 이름이 또렷하게 생각나.
그날의 분위기와 장소 얼굴 표정 목소리가 어제 일처럼 생생해.
왜그랬을까? 라는 생각을 오래토록 갖고 있었어.
그리고 알았어. 너는 살아남고 싶었던거지. 학창시절 여자아이들에게 친구 관계는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니깐.
위기감이 들었고 공도 잘던지고 강한 미니라는 친구랑 더 친해지고 싶었던거야.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남고 싶은 욕구가 있던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그날이 나를 많이 바꿨어.
조용해지고 남의 작은 숙덕거림에도 내가 싫은가? 내 잘못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지.
그렇게 조용히 쥐죽은듯이 가만히 화살을 맞고 있었지.
그런데 고맙기도해. 정말로
그때 나는 별명이 원숭이라고 할 정도로 다른 사람을 웃기려는 광대 같기도 했어.
내 목소리는 그게 아닌데 일부러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줬으면해서 억지로 웃겼거든.
그만큼 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였어. 그렇게 처음으로 내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나를 등 돌리면서
원래 내성격이 나온 것 같아. 조용히 책읽고 호기심 많은 나였어.
오래토록 미워했지만 나한테 첫시련을 준 사람.
너가 있어서 내가 될 수 있었어.
8살의 나에게.
다시 돌아가서 너를 본다면,
움추러든 너의 뒷모습을 오래 안아주고 싶어.
어깨 툭툭 쳐주고 괜찮다고 너는 다 괜찮은 사람이야. 잘못한 거 없어.
거짓말에도 아니라고 말 못하는 너가 바보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거기서 너 스스로를 탓하면서 자신을 미워했었잖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바보 같이..
바보여도 괜찮아. 그냥 하루하루 학교온 것도 너무 잘했고
그 속에서 앉아 있으면서 그 얘기를 다 들을 필요 없는데
혼자 아파한 것도 괜찮아.
그리고 혼자가 아니였다고 말해줄거야.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너를 사랑해주는 수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분명히 약속할게.
그러니깐 괜찮아.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들은 너를 알아볼거야.
그러니깐 고개숙이지말고 어깨 움추르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그때의 너를 너무 좋게 생각해.
괜찮아, 그 어린나이에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잘 버텨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