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정 Jun 06. 2024

자취 5년, 동거 3개월 혼자 있는 법을 잊었다.

혼자 있으면 뭘 했더라. 혼자 있는 건 뭐지. 


 J가 본가에 간 어제오늘. 나는 길을 잃었다. 혼자서 할 게 없다. 휴대폰도 보지 않는 나는 가만히 있는 법을 잊은 사람 같다. 그래서 미친 듯이 일하고 글 쓰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 글을 하도 써서 머리도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다.


 눈을 뜨자마자 출판사 재택 일을 하고, 닭가슴살 볶음밥을 돌려먹고, 다시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두들긴다. 독립 출판을 준비하고 있는지라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고, 남의 글도 읽어본다. 시간이 가지 않는다. 수건을 개고 이불을 빨고 설거지를 한다. 시간이 가지 않는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하고 카페에 나선다. 시간이 가지 않는다. 하는 건 엄청 많은데 1초도 쉬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시계만 멈춰있다. 


 동거를 하기 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는 게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혼자 있는 게 제일 큰 불안이 되었다. 이상한 일이다. MBTI I에다가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나는 대체 어디 갔단 말인가. 입이 근질거린다. 겨우 이틀 혼자 있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 성인 ADHD인가 별 생각을 다 해본다. 결론은 그냥 J가 보고 싶은 거다. 매일 보는데도 계속 보고 싶은 이 남자의 매력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혼자 있는 집이 적적해서 노래가 24시간 돌아간다. 이젠 듣고 싶은 노래도 없다. 어젯밤 잠이 들 때는 티비를 켜놓고 잤다. 이제 J의 색색거림 없이는 잠에 들기도 어렵다. 혼자 있는 적막함이 너무 이상하다. 어떻게 혼자 5년을 살았나 싶다. 난 그때도 외로움이라곤 잘 모르고 살았는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도 외롭게 하는 것도 J인 이 모순적인 상황이 야속하다. 그리고 가만히 못 있는 내 자신이 제일 바보 같다.


 난 왜 쉬지를 못할까. 그냥 누워서 눈만 감고 있어도 행복하다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5초 만에 몸을 일으키게 된다. 잠이 들기 전까지는 침대에 눕지도 않는다. 이러다 허리 디스크가 올 지도 모를 일이다. 책상과 한 몸이 되어 이것저것 하다 보면 또 시간이 가긴 하는데 J는 오지 않는다. 시간은 오고 J는 오지 않고. 절대 강아지나 고양이는 키우지 말아야지. 그 예쁜 아가들이 이런 기다림을 겪는 건 끔찍한 일이다. 


 내가 이런 글을 써서 J가 나를 혼자 두기가 두려워질까 봐 그것도 겁난다. J가 곁에 있을 땐 그의 옆에 있고 싶어 일이 진전되기 힘든데 어제오늘은 그래도 머릿속에 있던 걸 몇 개 해냈다. 그러니 J, 너무 걱정 말고 각자의 할 일을 하자. 날 혼자 둔 강아지처럼 대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J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니까!


역시 가족은 좋은 거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리고 특히 나는 더 그렇다.

이전 09화 처음 남자친구의 가족을 만난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