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들이 우리의 결혼사진을 참 좋아한다.

엄마 아빠가 노력해볼게.  쉽지는 않겠지만,

  아들은 미소를 짓기 시작하면서 현재 140일이 될 때까지 매일 보고 웃는 게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두리번거리다, 이걸 보면 웃는다. 심지어 밥 먹는 동안 보고, 바운서에 앉아 있는 동안, 그리고 아기띠를 하고 지나갈 때도 고개를 돌려서 보고 웃는다. 이렇게 매일 보고 웃는 건 바로 우리의 결혼사진 브로마이드이다. 조리원에서 퇴소하고 생후 3주차 쯤, 산후도우미 이모님께서 아직 시력이 형성되지 않았을 텐데, 아들이 저 브로마이드 쪽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셨다. 이후 4주차에도 아직 시력도 없을 텐데 거실 한편에 걸린 우리의 결혼사진 브로마이드를 보는 듯했다.


아. 거실에 웬 브로마이드냐 하면, 바야흐로 2년 전, 신랑은 집에서 프러포즈를 하려고 결혼식 전 스튜디오 사진 중 맘에 드는 사진으로 브로마이드를 제작했다. 그 프로포즈는 신혼집에 말도 없이 들렸다가 내가 먼저 브로마이드를 발견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아들에 태어나기 전까지는 그 브로마이드는 소파 위에 벽에 크게 걸려있었다. 아들이 태어나면서 소파를 없애고 그 자리에 매트를 깔게 되었다. 그렇게 매트가 닿는 벽 가득 브로마이드가 걸려지게 되었다.


4주 차, 토요일에 친정엄마가 집에 왔다. 그날도 아들은 역류 쿠션에 누워 빤히 브로마이드를 보는 듯했다. 친정엄마는 그 광경을 보더니


"저거 보는 것 같다. 아직 안 보일 텐데"


신기해 보였는지, 아빠에게 보여준다며 찍어갔다. 친정엄마가 집에 가신 후 전화가 왔다. 아빠가 보기로는 그냥 커다란 게 벽에 걸려 있으니 보는 것 같다고. 나와 신랑도 아직 색도 구별 못 해서 흑백책에 흑백모빌을 보는데 색깔이 다양한 커다란 결혼사진을 볼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커다란 게 벽에서 펄럭거리니 보지 않겠냐며 그냥 넘겼다.


시간이 좀 지나, 어느 순간보니 아들은 바운서에 앉아서  브로마이드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옹알이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바람에 흩날리니 신기해서 웃었나 보다. 싶었다. 신랑과 자세히 관찰해보니 바람에 흩날리지 않아도 브로마이드를 보며 웃고 있었다. 신랑과 나는 아들을 안을 때마다 한쪽 어깨에 위로 목을 잡아주고 브로마이드를 보여줬고 매일 보는 결혼사진 브로마이드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지었다.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서는 더 노골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아기띠를 하고 그 앞을 지나만 가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웃다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파묻다가 다시 웃었다. 뒤집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뒤집고 난 후 목을 최대한 어 보면서 웃었다.


왜 저 결혼사진 브로마이드를 보고 웃지? 우릴 보고 웃는 건가? 아님 사진이 예쁜가? 사실, 그 사진 속의 우리는 화장술과 전문가의 사진 기술, 웨딩드레스, 예쁜 배경 그리고, 결혼 전 다이어트가 만들어 낸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모습이랄까? 게다가 지금은 임신과 야식으로 둘 다 그때보다 15킬로가 쪄서. 아들이 알아보는지가 정말 의문이었다. 아들을 바운서에 앉혀놓고 브로마이드 앞에서  브로마이드 속 포즈와 같은 포즈를 취해봤다. 아들은 브로마이드와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알아보는 건가? 아님 따라 했다고 생각하나?


하루는 조카를 데리고 온 언니가 빤히 보더니


"저 브로마이드를 보면서 집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우리 딸도 엄마 집에 있는 풍경을 빤히 봐. 그걸로 여기가 할머니 집이다. 이렇게 아는 거 같던데. 지금의 엄마 아빠라고 생각하기에는 사진이 너무 잘 나왔는데 "


생각해보니, 아들은  브로마이드 밑에 깔린 매트에서 놀다가 밥을 먹고, 잠을 잔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로감염으로 입원하고 집에 왔을 때도 한참을 두리번거리더니 브로마이드를 발견하고 한동안 쳐다보더니 계속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서는 내품에서 이내 깊은 잠을 들었다. 이를 보고 신랑은


"브로마이드를 보니까 집이라고 안심이 되나 보다. 계속 웃고 있어"


친정엄마는 아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처음에는 아들이 엄마, 아빠인지 알아서 웃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살이 너무 많이 쪄있고, 집에서는 꾸미지도 않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엄마, 아빠 닮은 이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나보다. 애기도 이왕이면 이쁜 사람이 좋지."


친정엄마는 아들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브로마이드 속 결혼했을 때로 돌아가라면서, 나랑 신랑을 보면 매번 살을 빼라고 하신다. 우릴 보고 웃는 건가? 브로마이드로 제작되지 않은 결혼사진을 보여주려고 스튜디오에서 받은 결혼사진첩을 보여줘봤다. 뭐가 좋은지 연신 웃어대는 것을 보고 우리는 깨달았다. 저 사진 속에 남녀가 맘에 들구나. 지금 당장은 그렇게 되는 건 무리기 때문에, 신랑과 나는 매일 아들이 바운서 위에서, 품에서, 열심히 브로마이드를 보고 웃을 때마다, 알려준다

  

"저 여자는 사실 엄마고, 저 남자는 아빠야. 저 사람들이랑 같이 살고 있어"


무슨 말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웃기만 한다. 저렇게 좋을까? 친정엄마 말대로 살을 빼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매일 저녁 우리는 육아퇴근 후 브로마이드를 보며 한잔하면서,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하기로 짐한다.


엄마, 아빠가 노력해볼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전 12화 뒤집기를 성공했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