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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기를 성공했어요

이제, 되집기를 가르쳐야 하나?

80일 중반이 되자, 주변에서 뒤집기를 했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지인들의 아가들 중 70일에 첫 뒤집기를 한 아이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백일 전후로 뒤집는 것 같았다.


90일쯤 친정에 갔다. 엄마는 조카를 봐주고 있어 나름 공동육아를 했다. 엄마는 우리 아들을 빤히 보더니, 뒤집기는 했냐며 물었다. 아직 뒤집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자, 엄마는 뒤집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아들을 뒤집었다. 그동안 무서워서 터미타임도 못했다. 뒤집어 놓으니 나름 목에 힘이 있는지 목을 들고 여기저기 보고 있었다. 엄마는


"뒤집는 걸 가르쳐줘야지, 그래야 쉽게 하지"


뒤집기를 가르쳐야 하지 않냐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친구들이 터미 타임을 자주 해주면 빨리 뒤집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 때. 지켜보던 아빠는


"다, 뒤집을 때 되면 뒤집어. 그냥 내버려두어라. 늦는 빠르든 다 뒤집어. 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야지"


그 말도 맞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뒤집지 않는 아가는 없으니까, 엄마와 아빠는 서로 뒤집기를 가르쳐야 한다. 그냥 스스로 하게 해라로 열띤 토론을 했다. 퇴근하고 조카를 데리러 온 언니가 이를 보더니


"하고 싶을 때, 도와주면 돼"


생각해보니, 하고 싶을 때, 도와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뒤집기는 분명할 텐데. 준비가 안됐을 때 연습시키는 아니다 싶었다. 방치하면 너무 늦을까 싶었다. 신랑에게 아들이 뒤집기를 하고 싶은 신호를 보내면 도와주자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신랑은


"근데, 뒤집고 싶은지 어떻게 알아?"


라고 의문을 제시했다. 아. 맞다. 첫 육아이지. 만약 엄마와 같이 육아를 한다면 옆에서 알려줄 테지만, 그게 아니니. 언제 뒤집고 싶은지 알지 못할 수 있겠구나. 그렇다고 매일 친정을 갈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린 일반적으로 100일을 기준으로 뒤집기를 하니, 100일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95일쯤 요로감염으로 입원하면서 뒤집기는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병원에서 100일을 넘기고 이틀이 지나 퇴원을 했다. 퇴원을 하고 집에서 항생제를 먹이며 통원치료를 하며 아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아들이 옆으로 돌더니 목을 뒤로 젖히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아들이 옆으로 돌아 거의 90도 가깝게 목을 젖히자 당황스러웠다. 항생제 때문에 아픈가? 다시 목을 돌려서 눕히면 다시 옆으로 돌아 목을 젖히고 위를 보고 계속 반복되자, 신랑에게 영상을 찍어 보냈다.


"목을 너무 젖히는 거 아니야?"


다시 돌려놓고를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자 신랑이 퇴근했다. 신랑은


 "누나가 영상 보고 그러는데, 뒤집기 하려고 그러는 거래, 곧 뒤집겠다는데 "

"다행이다. 이제 뒤집기 하고 싶어 하니, 도와줘야겠다."

"근데 어떻게 도와줘? 터미 타임처럼 몸을 뒤집음 되나?"


그렇네. 어떻게 도와주지. 뒤집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냥 뒤집는데. 결국 직접 의식적으로 뒤집어 보기로 했다. 다리부터 하는구나. 다리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왜? 목을 젖힌 거지. 뒤집기가 다른 방법이 있나. 결국 아이 셋을 키우고, 조카에게 뒤집기를 교육시킨 엄마의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다리를 먼저 넘겨줘, 그리고 어깨를 넘겨줘야지"


엄마의 조언에 맞춰 옆으로 돌아있을 때, 다가가 다리를 넘겨주고, 어느 정도 돌았을 때 어깨를 넘겨주자 돌았다. 몇 번 도와주자, 아들은 다리까지는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어깨를 넘기려고 노력했지만 힘이 드는지, 다리까지만 하고 화를 내면 어깨를 넘기는 걸 도와줬다. 동영상을 찍어 엄마에게 보냈다. 아빠는 영상을 보시더니


"아직 목을 못 이겨서 그래. 아무리 도와줘도 목에 힘이 없음 못 돌아"


주말에 언니 집에 놀러 간 날, 아들은 아빠 말대로 목에 힘이 생긴 건 지  첫 뒤집기에 성공했다. 그 이후 내려만 놓으면 뒤집는다. 근데 한쪽으로만 뒤집고 되집지를 못한다. 엄마는 한쪽만 뒤집으면 반대쪽도 해줘야 한다며 해주라고 했고, 아빠는 그냥 내버려두라고 했다.


아들은 뒤집기를 하고 나서는 세상이 보는 시야가 바뀌어서 좋은지, 내려놓음 뒤집고, 자다가 뒤집는 중이다. 문제는 토할 때까지 버틴다는 것이다. 토하고 있어 되집어 놓으면 화를 내고, 코 박고 있어 되집어 놓음 또 화를 낸다. 화를 달래고 안아준다. 엄마한테 말하자,


"되집기를 가르쳐야지, 그래야 얼른 되집지"


되집기는 어떻게 가르치지?일단은 모르겠다. 아빠 말대로 되집어 주다 보면 언젠가 하겠지 뭐. 일단은 보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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