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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백색소음 활용법

같이 자면 되지. 아들아 꿈나라에서 만나.

백색소음을 처음 접한 건 조카가 한 70일쯤이었다. 언니 집에서 같이 조카를 보고 있는데, 잠이 온 지 눈을 비비고 있었고, 언니가 재우려고 하자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언니는 유튜브에서 청소기 소리를 틀자 갑자기 눈을 감더니, 잠이 든 것 같았다.


"신기하지? 우리 딸은 이거 들음 자는데, 문제가 있긴 해 이따 보여줄게"


10분이 지나, 소리를 끄자 눈을 번뜩 뜨고 일어났다. 언니는 30분 넘게 틀어줘도 끝나면 일어나고 소리를 듣는 거지 자는 게 아닌 거 같다고 했다. 언니는 유튜브 댓글을 보여주면서 백색소음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거 같다고 했다.


생후 3주 차, 잠이 온 것 같아 눕히면 울면서 깨는 게 반복되자, 백색소음이 생각났다. 백색소음을 켰더니,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엄마 뱃속 소리랑 비슷해서 안정감을 찾는다고 했는데. 산후도우미 이모님과 다양한 백색소음을 시작했지만, 더 화를 돋우었는지. 더 크게 울어서 그나마 간신히 온 잠도 깼다. 이모님은


 "백색소음 듣고 잘 잔 애는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주변 지인들은 아가가 선호하는 백색소음이 있어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 이후로 쉬 소리부터 청소기 소리, 헤어드라이기 소리 등등 다양하게 들려줬지만 모두 다 실패했다. 어떤 유튜브에서는 백색소음을 귀 옆에 크게 틀어야 아가가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크게 틀어봤지만 실패했다. 그러다가 한 병원에서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백색소음을 크게 틀어주는 건 아가의 청력에 좋지 못하다는 소아과 의사의 말을 듣고 난 후 괜히 아들 화도 돋우고, 청력에도 안 좋을 듯싶어, 더 이상 백색소음을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자, 우리도 아들이 잠이 온다는 신호에 대해 대략 알게 되었다. 안았을 때, 얼굴을 파묻고 비비는데 손, 발이 따뜻해졌거나, 장난감이 앞에 있는 데 화를 내거나 울면 어느 정도 잠이 온다는 것을 알아갔다. 문제는 아들은 잠이 자기 싫은 지, 잠투정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잠이 오는 것 같아 안아주면 화를 내면서 울고, 놀라고 내려놓으면 또 울고 결국 꼭 안아 우리가 그 잠투정을 이겨내면 아들은 비로소야 깊은 잠에 들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신랑과 나는 우리가 너무 재미있어 아들이 자고 싶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제멋대로 생각하며 아들의 잠투정을 이겨내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가 봐도 잠이 온 아들은 신랑의 품에 안겨 잠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사실 아들이 잠이 오는 것 같으면 평소에는 소리를 안 내려고 하지만, 그날은 시댁 모임이 있어 머리를 말리려고 헤어드라이기를 틀었다. 드라이기 소리 때문인가? 잠투정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조금 지나, 안방에서 아들을 재우던 신랑이

 

"자기야. 갑자기 잔다"


갑자기? 머리를 말리는 동안, 지켜보니 어느 순간부터 코를 골기 시작했다. 헤어드라이기를 끄니, 코 고는 것을 멈추었다. 신랑과 조금 더 헤어드라이기를 틀었다 켰다를 반복하면서, 아들을 지켜봤고, 한 30분쯤. 숙면에 진입했다. 오~성공했다. 아예 안 되는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백색소음으로 인해 잠이 깊이 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들이 생겨났다. 한 번은 나는 안방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다가 나와보니, 신랑이 소파에 앉아 아들을 안고 아들과 잠을 자고 있었다. 신랑을 깨웠다. 신랑은 주방을 가리키며  


"어둡고 고요한데 저 환풍기 소리에 잠들었어 "


아들이 120일이 넘자, 아파트에 있는 공원에 조금씩 산책을 시작했다. 신랑이 퇴근하고 저녁 8시 넘어 같이 10분간 아파트를 돌곤 했다. 그럼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꼭 잠이 들었다. 그리고선 집에 들어가면 뒤척였다. 어둡고, 잠이 오는데, 공원에서 물소리와 나뭇잎 소리에 잠이 드는 것 같아, 집에 와서 관련 백색소음을 이어서 틀면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렇게 신랑과 나는 백색소음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아들이 너무 잠이 오는 데 잠투정을 막 부리면, 배경음악처럼 물소리나 산소리를 틀어준다. 그럼 매번은 아니지만, 기적같이 아들이 잠들 때도 있다. 문제는 나도 잔다는 것이다.


같이 자면 되지. 아들아 꿈나라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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