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서 엄마가 되는 첫걸음

#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여섯 번째

‘애를 낳아봐야 철이 들지, 너 같은 자식 낳아봐라’

자라는 동안 엄마와 싸우게 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었다. 그동안은 흘려들었던 말이 임신을 하고 나서 현재 8개월 동안 가장 많이 생각이 났다.


임신 테스터기의 2줄을 보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배가 나오지 않을 때는 입덧을 하느라 식사를 하기 힘들었고, 사탕을 하루 종일 입에 물고 있어야 일을 할 수 있었다. 아가가 자라, 배가 조금씩 나오면서 평소 좋지 않았던 허리가 더 아파왔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인지 위산이 올라와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8개월이 되는 이 시점에는 하루하루 배가 커져가면서 태동이 심해지는 등, 나와 아기의 신체의 변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


테스터기를 막 봤을 때는 이렇게 힘들지도 모르고 그저 기쁘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걱정하다가도 행복한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입덧을 할 때 힘들어 먹지도 못하니 입덧이 멈췄으면 하다가도 갑자기 잔잔해지면, 그저 뱃속에 아가가 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좋아했던 커피를 안 마시고 아가를 위해 미래의 나에게 양보했다. 주변에서 한 잔의 커피는 괜찮다고들 하지만, 손이 가지 않았고, 못 참는 날에는 커피 한 모금으로 입을 헹구고 뱉어버렸다. 태교를 위해 좋아하던 추리소설, 스릴러 영화도 잠시 미뤄뒀다. 시도 때도 없이 태동을 느낄 때는 아프기도 하지만, 반가우면서도 태동이 없을까 봐 전전 긍긍하게 된다. 모든 일상의 순서가 뱃속의 아가를 생각하는 데에서 시작했다.


벌써부터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에 실감한다고 할까? 그렇게 매일 아가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엄마를 가장 많이 생각했다.


엄마도 내가 뱃속에 있었을 때 하고 싶은 거 하지도 못하고, 무거운 몸으로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엄마는 나에게 입덧이 너무 심해서 토하면서 낳았다고 하셨다. 지금도 충분히 힘든데, 엄마는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에 그동안 엄마랑 싸웠던 일, 말을 잘 듣지 않았던 일들이 생각이 나면서, 엄마에게 하염없이 미안하면서도 고마워진다. 그래서 그렇게 엄마가 싸울 때마다 애를 낳아야 철이 든다고 하는 건가?


요즘은 엄마한테서 전화가 많이 온다. 임신을 하니, 엄마도 그때가 생각이 난다고 하셨다. 그래도 자신보다는 입덧을 적게 해서 다행이라면서, 자신의 임신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임신하는 동안 먹고 싶은 게 많았는데 못 먹으면 그렇게 서운하고 화가 났다로 시작해서 나를 어떻게 키워는 지 과거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신다. 예전이면 잔소리라고 생각되던 이야기들이 임신을 하면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친정을 가는 횟수도 점점 늘어나고, 엄마와 더 가까워졌다. 나도 그렇게 엄마를 더 이해하게 되면서 한편으로 엄마가 되는 과정을 시작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뱃속에 있을 때가 좋아. 낳아봐라”

요즘 엄마가 나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다. 사실 아직은 와 닿지는 않지만 2개월이 지나면 이해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한 단계씩 엄마의 경험을 같이 공감하면서 딸에서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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