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의 슬기로운 태교 생활

#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여덟 번째

신랑은 임신테스트기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자신의 방식으로 아빠가 되는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시작은 책을 사는 것에서 시작됐다.

주중, 직장 인근 산부인과에서 임신을 확인하고, 금요일 오후에 집에 갔다. 현관문을 여니 신랑이 자랑스럽게 책 한 권을 안고 있었다. 그 책은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표지에 2019~2020 최신 개정판이라고 적힌 부분을 보여주면서, 자신은 최신판을 준비하는 멋진 아빠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책을 수면제로 아는 신랑이 귀여우면서도, 기특하면서도, 대견했다. 하지만, 처음 책을 펴서 나에게 보여주고서는 그 이후 한동안 책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결국, 내가 읽기 시작했다. 신랑이 사놓은 책을 읽고 초음파를 봐서 그런지 병원에서 초음파 화면과 의사 선생님 설명을 잘 이해됐다. 하지만 신랑은 책의 표지만 봐서 그런지, 초음파 화면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신랑에게 초음파 화면과 책을 같이 보면서 설명해 주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면 자기가 책을 샀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초음파도 잘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됐다면서 자신을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지금도 내가 책을 읽고 신랑이 해줘야 할 부분이 있으면 옆에서 앉혀 놓고 읽히고 있다.

그래도 신랑은 나름 태담을 열심히 했다. 아가의 디데이 앱을 같이 깔고, 하루하루를 세기 시작했다. 그 앱에서 아가가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 달라고 하는 말을 보고, 어느 순간부터 태담을 하기 시작했다. 태담의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태담의 내용이었다. 태담은 주로 엄마에 대한 불만, 즉 아들에게 하는 엄마의 앞 담화라고 할까.


아기곰아~ 엄마는 왜 설거지를 바로 시키는지 모르겠다. 아빠는 한게임만 더하고 설거지하고 싶은데, 태어나면 엄마한테 아빠는 한 게임하고 할 거라고 네가 말해주렴”

그런 신랑에게 언니는 5분 아빠 목소리를 선물했고, 동시에 형부는 그 책을 읽는 것 쉽지 않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책의 구성은 아빠가 먼저 책을 읽고 난 후 그 뒤에 이야기가 정리되는 부분을 읽는 것이었다. 형부 말대로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신랑은 아가에게 읽어준다면서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들기가 일 수였다. 결국에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책을 그냥 바로 읽어주기로 했다. 남은 날은 엄마의 앞 담화와 자신에 대한 자랑,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락발라드를 불러주면서 아가와의 태담을 가득 채웠다. 내 생각에는 아가는 한국말을 몰라, 앞담화를 이해할 수 없을 테니 그래도 괜찮은데 태담 중 손을 가만히 있지 않는 게 문제였다.

임신 초기에는 신랑이 배를 꼬집어서 크게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신랑은 엄마의 뱃살이 많아 묻혀서 아가가 들을 수 없다면서 태담 하다가 갑자기 배를 꼬집었다. 솔직히 뱃살이 많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가가 배에 있는데 괘씸해서 하루 종일 혼을 냈다. 그 이후에는 배 위에 손을 얹고 태담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입체 초음파를 찍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아가 얼굴이 잘 안 보인다면서 초음파기기로 배를 툭툭 건드리는 것을 보더니 그날 태담 하다가 갑자기 배를 흔들흔들했다. 신랑은 의사 선생님도 했으니 괜찮다, 아가가 물에 있으니 파도를 일으켜 줘야 신이 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어떤 날은 앱에서 아가가 빛을 볼 수 있다는 말에 태담을 하면서 핸드폰 불빛을 쬐기도 했다. 끊임없이 다양한 행동을 했고, 그 행동은 내가 화를 내면 끝이 났다.

요즘은 아가가 역아임을 알게 되면서 돌려야 한다며, 배를 한 방향으로 문지르면서 락발라드를 부르며 태담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산의 날이 점점 가까워지니 아가를 위한 거라며, 유아용품이 아닌 자신의 물건들을 사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랑을 항상 이렇게 말한다.


“다 아가를 위한 거야!, 태교 하는 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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