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

기쁠때나 슬플때나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by 봉봉

잠깐 이 대목을 털기 전, 나의 원대한 소망을 적어본다.


혹여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남미의 축구선수로 태어나

망나니처럼 막 살아보고 싶다.



그랬다.

남자가 궁금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 중 뭔가를 먹고 마시며 입털기는

삼십년 넘게 무수히 많이 해봤으니

나만의 남자친구가 생긴 마당에,

이제 인류의 미래를 걸고 진짜 중요한 탐험과 모험을 떠날 때가 된 것이다.


물론, 삼십년 넘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뒤범벅 된 이런 저런 사건 사고들이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무사(?)했다.

순결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결혼하고 하는 게 낫겠다, 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언제 내 맘대로 되는 게 있었던가. 이도 저도 내 뜻대로는 되지 않는다.


남자친구는 키가 크고 멋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남자 옆에 있으면 내가 여성스럽게 느껴졌다.

남성미 넘치는 나를 여성스럽게 보이게 하는 마법의 남자친구.


또 친구들은 이야기했다.

"한 100일쯤 됐을 때 하는 거야. 너무 뜸들이지 말고 너무 들이대지도 말고, 알간?"

갑자기 내게 무수히 많은 조언을 해주던,

감자탕집에서 소주 잔 기울이던 ... 친구들이 생각난다.

친구들아, 잘 살고 있니?


남자친구는 소개팅이 처음이라고 했다.

엥? 서른 아홉살 소개팅이 처음이라고?

혹시 너.... 마법사니?

나중에 소개팅을 주선해준 선배가 일러주었다.

10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고. (언제나 당자사만 빼고 주변인들은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그 당시에는 그럼 마흔 다 된 남자가 여자친구가 없었다는 게 더 이상하다, 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나중에 .... 첫 아이를 낳고 난 다음 충격받을(?) 일이 생겼다.


그의 과거를 어쩔 수는 없다.

나의 과거도 어쩌지 못하는 판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과거를 따질 이유가 없다.

어쩌면 그가 만난 사람들, 친구들의 결정체가 지금의 그 사람이지 않을까.

(상남자 남편은 앉아서 쉬를 한다. 아들 둘이 화장실을 오줌통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남편에게 참 고맙다. 그에게 이런 습관(?)을 만들어 준 냥반에게도 감사를?)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지만,

당시에는 세상 전부였던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지금은 남의편이 되어 버린 남자친구.

(가끔은 내편이다. 결정적일 때에는 내편이다, 라고 믿는다)

이를테면 수능점수.

이를테면 ..... 그런것들.


그래도

살아가면서 만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할 사람이 있다는 것,

해결은 못해도 상의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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