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 다녀왔어?"
"응... 너무 빠글빠글한가?"
난 생각보다 너무 볶아진 머리에 부끄러운 듯 묻는다.
"아니 새로 생긴 미용실에 오픈 특가라고 2만 원에 파마를 해준다잖아. 머리 한지도 오래됐고 해서 간 건데... 으휴. 마음에 안 들어.!"
"예쁘기만 하고만, 뭘. 여보는 뭘 해도 예뻐. 얼굴이 받쳐주잖아."
"치... 거짓말."
난 새침한 얼굴을 했지만 속으로는 은근 다행이라 여겼다.
"또 뭐 배워왔어?"
"아 뜨개질. 영감 니트 하나 만들어 보려고..."
"니트 그거 얼마나 한다고, 하나 사면 되지 뭐하러 손 아프게 한 땀 한 땀 짜고 있어?"
"직접 만들어줘야 의미 있지. 시간도 많고, 이거라도 해야 할 일이 있지."
"집에 있는 거 심심해?
"아니, 영감이랑 같이 있으면 하나도 안 심심해. 그냥 내가 떠주고 싶으니까 아무 소리 말고 완성작이나 기대해."
"그래. 기대할게."
아마 난 사명감을 가지고 손이 부르터도 좋다며 열심히 뜨개질할 거야.
"커피 타 줄까?"
"좋죠."
넌 곧 커피잔을 건네겠지. 고소한 향이 방 안을 가득 매우면서 난 기분이 좋아질 거야. 우린 같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저녁은 뭘 먹을까 열띤 토론을 하겠지?
" 먹고 싶은 거 있어? 뭐 사다 줄까?"
"음... 사다 주는 거 말고, 신당동 가서 같이 즉석떡볶이나 먹고 올까?"
"좋지. 갑시다."
우리는 얼른 손을 잡고 문 밖을 나설 거야...
문을 열면 찬바람이 슝 불겠지만 하나도 춥지 않을 거야. 너랑 찰싹 붙어서 따뜻할 테니까...
나이 들어서 애들 다 키우고 나면... 그때쯤 되면 너와 이런 매일을 보내는 날이 올 거야. 그때쯤이면 나도 대한민국 할머니들의 국민 머리인 브로콜리 머리를 하고, 새로 머리를 할 때마다 망했다며 네 앞에서 징징댈 거야. 넌 그런 날 또 어르고 달래줄 거지?
배우는 거 좋아하는 난 여보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고, 여보는 그런 날 위해 먹고 싶은 거 사다 주고, 같이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 같아.
우린 여전히 둘이 먹는 라면을 좋아하고, 가끔은 손잡고 신당동에 즉석떡볶이도 먹으러 가고... 오는 길엔 시장에 들러 구경도 하고, 귤 한 봉지 사들고 사이좋게 까먹으면서 집에 오는 거야.
난 나이 드신 분들이 손잡고 다니는 게 그렇게 귀엽고 예쁘더라. 우리는 더 귀엽고 예쁠 거야.
생각만 해도 따뜻하지 않아?
아... 빨리 나이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