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피 11 – MY HEART DRAWS A DREAM

파트 6 – 첫 번째 균열

by The being

파트 6 – 첫 번째 균열


(현재, 광장. 쓰러진 임시 가판대, 깨진 유리, 고성과 발걸음 소리. 피투성이가 된 픽스를 안고 흔들리는 논알콜의 모습.)


논알콜: “픽스! 들려? 나야!”

콩: “맥박 있어. 하지만 어깨랑 머리 충격이 심해.”

노블: “16:49. 구조물 붕괴, 부상자 1. 목격자 확보.”

프린터: (스케치북에 ‘뢰브’ 펜을 빠르게 달린다) “각도, 궤적, 흔적— 기록 중.”

선희: “페이트 가이드 바늘이… 논알콜에게 정확히 꽂혔어.”

자비: “논알콜, 네가 기억을 열어야 할 순간이다.”


(논알콜의 시야가 흐려지고, 소란은 멀어져 간다. 의식이 과거로 빨려 들어가듯 회상이 시작된다.)


- 과거 -


(비 내리던 저녁, 좁은 골목. 가로등 불빛 아래 젖은 스툴에 앉아 기타를 치는 픽스.)


픽스(노래, 맑고 낮게): “꺼진 불씨, 바람이 스치면 다시 숨을 쉰다—”

알콜(그 시절의 논알콜): (발걸음을 멈춘다. 우산 끝에서 물이 떨어진다.)

픽스: “지나가다 들으신 거예요?”

알콜: “응.”

픽스: “오늘 관객 1명 확보네.” (밝게 웃는다)


알콜: “노래… 좋네.”

픽스: “비 오는 날은 기타가 말을 잘 들어서.”

알콜: “사람들은 잘 안 멈추네.”

픽스: “그래도 한 명이 멈췄잖아.” (그를 가리키며) “오늘은 그걸로 충분.”


(그 말이 공허했던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알콜은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다.)


—(며칠 뒤, 같은 골목. 종이컵 커피 두 잔이 김을 올린다.)


픽스: “웃으면서 노래해야 사람들이 기억해.”

알콜: “웃을 일이 별로 없어서.”

픽스: “그럼 우리가 먼저 웃어야지. 한 명쯤은 따라 웃을 거야.”

알콜: “그 한 명이 뭘 바꿔?”

픽스: “한 명이 쌓여서 모두가 되는 거지.”

알콜: “내 목소리, 점점 나빠져. 노래하기 힘들어.”

픽스: “목소리만이 노래는 아니야.” (그의 가슴을 톡, 손가락으로 건드린다) “여기 있는 박자, 여기 있는 멜로디.”

알콜: “…박자.”

픽스: “발뒤꿈치로 바닥을 ‘툭’ 쳐봐.”


(알콜이 조심스레 바닥을 친다. 픽스가 그 리듬 위에 기타를 얹는다. 빗소리와 함께 작은 노래가 된다.)


—(시장 골목, 낮. 사람들 틈을 비집고 지나가던 한 아이가 다가온다.)


아이: “아저씨, 방금 노래 다시 해주세요.”

알콜: “지금…?”

픽스: “지금.” (웃는다)

아이: “끝까지 들을래요.”


(알콜이 입술로 정확한 가사를 그리며 립싱크한다. 픽스는 음을 입힌다. 두 사람이 만든 노래가 아이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아이: “고마워요.”

알콜: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 “고마워.”

픽스: “보이지? 한 명.”

알콜: “한 명이… 이렇게 크구나.”


—(어느 새벽, 인적 드문 정류장. 자판기 커피의 김이 하얗게 피어오른다.)


알콜: “무대에 있을 땐 환호가 파도처럼 몰려왔어. 근데 파도가 빠지면 남는 건… 발자국뿐이더라.”

픽스: “빈 바다도 바다야. 다음 파도를 준비하는 거지.”

알콜: “나는 빈 잔 같아.”

픽스: “빈 잔은 채우라고 있는 거야.” (그의 손에 컵을 포개준다)


(컵의 온기가 늦게, 아주 늦게 가슴에 도착한다.)


—(장마 끝 무렵, 가로수 아래. 담요를 덮은 두 사람, 라디오에서 흐르는 오래된 곡.)


픽스: “웃는 연습은 어때?”

알콜: “20초 유지 성공. 광대가 덜 아파.”

픽스: “오늘은 30초.”

알콜: “선생님, 너무 혹독합니다.”

픽스: “제자님, 혹독함은 사랑.” (둘이 동시에 웃는다)

알콜: “네가 없었으면… 난 계속 비어 있었을 거야.”

픽스: “나도. 네가 멈춰서 준 그날부터 내 노래는 덜 외로워.”

알콜: (눈을 감고) “고마워.”


(그 말이 약속처럼 마음속에 새겨진다.)


- 현재 -


(광장. 소음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픽스의 피 묻은 얼굴, 분주히 움직이는 자비 일행. 논알콜이 그녀의 손을 꼭 잡는다.)


논알콜: “네가 나를 채워줬어. 이번엔 내가 널 지킬게.”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미세한 파동이 일어난다. 군중의 고성이 반 박자 늦게 들리고, 물웅덩이가 잔물결처럼 흔들린다. 자비의 눈이 번뜩인다.)


자비(속마음): “드디어… 불씨가 깨어났다.”


(논알콜이 일어난다. 더 이상 도망치는 표정이 아니다. 눈빛은 무대를 향하지 않고, 사람들을 향한다.)


그날 이후, 바람이 스치듯 마음속 공허함이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했다.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