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4 – 빗속의 목소리
(비 내리는 저녁, 할렘 골목)
거리 위에 얇게 깔린 물웅덩이가 가로등 불빛을 받아 깜빡였다. 물방울이 전선과 건물 처마를 타고 떨어지며 잔잔한 리듬을 만들었다. 논알콜은 모자챙을 깊게 눌러쓴 채 골목을 걸었다. 신발 밑창이 젖은 보도블록 위에서 무겁게 소리를 냈다.
논알콜(속마음): “아무것도… 변한 게 없네.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고, 나는…”
머릿속에 병원 진료실 풍경이 스쳤다. 의사의 무표정한 얼굴, 매니저의 비아냥. 목소리뿐 아니라 모든 것이 무너진 듯한 공허함이 가슴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때, 빗방울 사이로 기타 소리가 스며들었다.
처음엔 빗소리와 섞여 흐릿했지만, 곧 명확해졌다.
논알콜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 소리는 부드럽지만 묘하게 힘이 있었다.
골목 끝, 작은 가로등 아래 한 여자가 있었다.
픽스.
우산도 없이 스툴에 앉아, 기타를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붙어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픽스(노래):
"꺼진 불씨, 바람이 스치면 다시 숨을 쉰다.
잃어버린 별빛도, 새벽이 오면 길을 찾는다."
논알콜은 그 자리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다.
짧은 가사였지만, 그 말들이 깊은 상처 위를 정확히 스쳐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호흡을 고르며 그 노래를 끝까지 들었다.
(노래가 끝난 후)
픽스: “아… 오늘도 관객은 없네.” (고개를 들어 웃음)
논알콜: “…잘 부르네.”
픽스: “고마워요. 그냥 비 오는 날 부르고 싶어서요.”
픽스의 미소엔 부끄러움과 여유가 동시에 있었다.
논알콜은 발걸음을 옮겨, 그녀와의 거리를 조금 좁혔다.
빗방울이 어깨를 적셨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속엔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논알콜: “관객이 없어도… 이렇게 노래하는 이유가 있어?”
픽스: “있죠. 들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논알콜: “….” (잠시 픽스를 바라봄)
픽스: “혹시… 음악 해보신 적 있나요?”
그 질문에 논알콜의 심장이 순간 움찔했다.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픽스는 이미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은 듯했다.
(짧은 교감)
픽스: “여기 앉아요. 기타… 한 번 잡아보실래요?”
논알콜: “오래 됐어. 손에 굳은살도 다 사라졌을 거야.”
픽스: “다시 만들면 되죠.”
논알콜은 기타를 받아들었다.
손끝이 줄에 닿는 순간, 오래 잊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서툴지만 간단한 코드 하나를 울리자, 빗소리 위로 작은 멜로디가 퍼졌다.
픽스: “…좋네요.”
논알콜: “그래?”
픽스: “네. 목소리가 없어도, 음악은 여전히 여기 있잖아요.”
그 말이 논알콜의 가슴 깊은 곳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현재 시점 – 광장)
논알콜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방금까지 생생했던 빗속의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고, 다시 광장의 소란이 귀를 메웠다.
멀리서 재개발 찬반의 고성이 부딪히고 있었다.
논알콜(속마음): “그날 이후, 바람이 스치듯 마음속 공허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광장의 한가운데를 바라봤다.
언젠가 다시 음악을 붙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레 마음속에서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