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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 11 – MY HEART DRAWS A DREAM

파트 3 – 빛을 잃은 목소리

by The being

파트 3 – 빛을 잃은 목소리


(광장 근처, 좁은 골목)

밤공기는 눅눅하게 달라붙었고, 벽돌 골목 사이로 광장의 고성이 흘러들었다.

논알콜은 벤치에 앉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잠시 보았다. 별빛은 희미했고, 귀에는 함성의 잔향만이 남았다.

논알콜(혼잣말): “이런 소리… 정말 오랜만이네.”

그의 시선이 멀어졌다. 눈동자가 번져가며, 화려했던 ‘알콜’ 시절이 서서히 떠올랐다.


(과거 – 대형 콘서트 무대)


그때 그는 ‘알콜’이었다.

거대한 LED 스크린 속 그의 얼굴 위로 수십 개의 조명이 비쳤다. 수만 명의 팬이 이름을 외치며 팔을 흔들었다.


팬들: “알콜! 알콜!”

알콜: “고마워요! 사랑해요!”


음악은 심장을 때렸고, 함성은 바다처럼 출렁였다.

하지만 그 바다 한가운데서 그는 홀로 서 있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목 안쪽이 무겁게 조여왔지만,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마지막 고음을 내지르며 관객의 환호를 끌어올렸지만, 가슴속엔 알 수 없는 공허가 스며들었다.


(무대 뒤, 대기실)

분장 냄새와 조명 열기가 뒤섞여 숨이 막힐 듯한 공간.

알콜은 거울 앞에서 목을 살짝 주물렀다.

짧은 시간이라도 목을 쉬고 싶었지만, 매니저가 벌써 스케줄표를 들고 서 있었다.


매니저: “오늘 반응 장난 아니야. 내일 지방 공연 두 개, 모레는 방송 녹화.”

알콜: “목이 좀… 무거워.”

매니저: “괜찮아. 예전에도 버텼잖아. 이럴 때 달려야 해.”


목 깊은 곳에서 미세한 통증이 올라왔다.


노래를 할수록 그 통증은 커졌지만, 병원에 갈 시간은 없었다.

무대와 무대 사이의 공백은 오직 이동, 리허설, 그리고 다시 무대로 오르는 데만 쓰였다.


(마지막 무대)


관객의 열기는 여전했다. 그는 마지막 곡을 시작했고, 초반은 평소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고음을 올리는 순간—

성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끊겼다.


마이크에는 숨소리만 울렸다.


팬들: “…?” (웅성거림)

밴드가 연주를 멈췄다.

그는 마이크를 쥔 손을 떨며 내려다봤다.

조명은 여전히 그를 비췄지만, 그 빛은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며칠 후, 병원 진료실)

의사: “성대 손상이 심각합니다. 최소 1년 이상은 노래를 쉬셔야 합니다. 복귀를 장담할 수 없

습니다.”


알콜은 의사의 말이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손끝이 떨렸고, 숨을 삼켜도 목 안에서 메마른 바람만 맴돌았다.

옆에 있던 매니저가 낮게 중얼거렸다.


매니저: “이제 알콜이 다 빠졌네… 그래, 넌 이제 논알콜이구만.”


그 말은 비수처럼 박혔다.

박수도, 함성도, 스포트라이트도 사라진 무대 위, 빈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인 것 같았다.

그 자리에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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