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2 - 조각난 기억 속으로
류현과의 대화를 마친 자비와 일행은 페이트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잔해 속을 더 깊이 탐색했다. 무너진 돌과 흙 사이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발자국을 따라가던 순간,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진: "여기서 뭐 하는 거죠?"
일행이 고개를 돌리자 바위 뒤에서 한 여자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지친 얼굴에는 이곳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여전히 결연하고 날카로웠다.
혜진: "여긴 아무나 들어올 곳이 아니에요. 무슨 목적으로 온 거죠?"
자비는 경계하면서도 차분하게 대답했다.
자비: "우린 이 사고의 진실을 찾고 있어요. 당신은 누구죠?"
혜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혜진: "혜진이에요. 이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죠."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슬픔과 고통은 쉽게 감춰지지 않았다.
선희: "유일한 생존자라고요?"
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너진 돌더미를 바라보았다.
혜진: "그날 나만 남았어요. 다른 친구들은… 다 이곳에 묻혔죠. 하지만 끝난 게 아니에요."
노블은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노블: "그들은 왜 떠나지 못한 거죠?"
혜진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혜진: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해 주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잊혀지길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여기에 묶여 있는 거예요."
선희는 잠시 페이트가이드의 화면을 확인하고, 잔해 아래서 잡힌 신호를 가리켰다.
선희: "저 아래에 뭔가가 있어요. 우리가 찾던 단서일지도 몰라."
자비는 화면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자비: "확인해 보자."
혜진은 결심한 듯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혜진: "저도 도울게요. 그들이 왜 떠나지 못했는지, 저도 알아야 해요. 이번엔… 그들을 떠나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일행은 잔해를 헤치며 신호가 잡힌 지점으로 다가갔다. 무거운 돌과 흙을 조심스럽게 옮기던 중, 녹슨 금속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프린터: "이건 사고 전에 남겨진 거 같은데…"
그는 상자를 열어 낡은 사진과 일기 조각들을 꺼냈다. 자비는 일기의 한 페이지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자비: "오늘은 마지막 날이다. 선생님은 안전하다고 했지만, 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단순한 비가 아닌 것 같다…"
노블: "그들이 뭔가를 알고 있었던 거네. 이게 단순한 산사태가 아니었다는 거야."
혜진은 사진을 손에 쥐고 잠시 눈을 감았다.
혜진: "그날 우리 모두 뭔가 잘못된 걸 느꼈어요. 이건 재난이 아니었어요. 뭔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일이 있었죠."
자비는 상자 속 물건을 천천히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자비: "여긴 우리가 아직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어."
그 순간, 낮고 불길한 진동이 땅을 흔들기 시작했다. 산속 깊은 곳에서 돌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블: "지진인가?"
자비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자비: "아니… 이건 단순한 지진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