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작성됨.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은, 어릴 때부터 비행기를 자주 탔던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직업이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스튜어디스가 이상형이라고 말했다.
손잡고 청계천을 걸었던 몇 학번 많은 그녀는 스튜어디스를 준비했다. 합격 발표날이면 같이 3층 컴퓨터실에서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렸고, 그날도 수업은 가지 않고 당신을 위로하기 바빴다.
합격하지 못해 엉엉 우는 당신을 보고 생각했다. 어느새 내 이상형은 스튜어디스가 아니게 되었구나. 당신에게 내 대학 일 년을 바친 것을 후회한 적도 많았지만, 그해 나는 당신으로 가득했으니 충분했다.
대한인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좀 흐르고 당신이 결국 비행기를 타게 되었단 소식을 들었을 때. 이제는 정말 당신을 다시 사랑할 일은 없겠구나, 안도했다. 내 이상형은 스튜어디스가 아니었으니까.
갖가지 핑계를 대며 당신을 지웠다. 당신 소식을 내게 묻던 친구들에게 당신 소식을 들으며 울음 참은 2학기의 겨울처럼. 첫사랑이 있냐 묻는 사람들에게 촌스럽게 무슨 첫사랑이냐며 얼버무린 많은 날처럼.
나도 당신과 같은 선배가 되고 당신이 내 일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언젠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광고 대행사 사무실에서 당신을 만났다. 잘 지냈냐는 인사가 낯설었다. 당신이 나를 보며 웃었다.
당신이 웃는다. 당신이 묻는다.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른다. 모든 것이 그대로다. 이곳을 나가면 나는 다시 전부를 잊어야만 한다. 맞다, 그렇구나. 그래도 카메라 너머의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이 웃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내 첫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