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상| 우리 집이 최고

도쿄 23구, 이타바시, 타카시마다이라

by tlsgud

앞선 글에서 기술했듯, 결혼 후 몇 번의 이사 끝에 지금 현재의 이곳에 살고 있다.

도쿄의 행정구역은 23개의 특별구, 다마지역, 그 외 도서부로 나뉘는데 나는 23개의 특별구, 그중에서도 이타바시구에 살고 있다. 한자 그대로를 읽으면 판교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타카시마다이라 인구는 약5만명

일단 23구, 즉 도쿄 도내에서도 특별구에 살고 있는데… 이 동네가 엄청난 역사를 가진 동네도 아니고,

뭐 땅값이 비싸서 부동산적 가치가 있는 곳은 더더욱이 아니며.. 도심으로의 접근성(대중교통을 이용한)이 좋다거나 혹은 육아하기 좋은 자치구라거나 뭐 그런 것도 아닌 그냥그냥한 동네다. (스기나미 혹은 고토구와 같이 육아지원이라던가 그런 부분은 좀 미비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을까?

도쿄의 대부분의 주택가를 돌아다녀 보면(특히 차를 갖고) 진짜 지옥이 따로 없다.

다닥다닥 옆집의 벽과 똑디 마주한 외벽, 일반 승용차로는 한방주차는 엄두도 못 낼 좁은 길(미친 듯이 좁은데 양방향이다),

주차는커녕 코너를 하나 돌으려 해도 몇 번이나 핸들을 돌려야 하는 살인적으로 좁은 골목들..

그 외에도 그냥 일본의 주택가는 매우 좁고 어둡고 삭막하다…

역사적인 배경도 있겠거니와 세계적으로도 인구밀집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도쿄이니 어쩔 수 없이 도시개발이 그랬을 테지 하며 한숨을 쉬게 된다.

물론 그러한 대부분의 비좁은 주택가를 가진 동네는 상권이 발달한 지하철 및 제이알 역이 가깝기도 하고 부동산적 관점에선 워낙 노후한 동네이다 보니 재개발의 여지가 있어 미래가치를 평가받는다던지, 뭐 이렇다 할 이유로 옛날에도 현재에도 늘 인구밀집도가 높고 또 인기도 지속되고 있다. 신주쿠구, 나카노구, 네리마구, 스기나미구가 노후했음에도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고, 우리나라 동탄이나 판교, 위례와 같은 신도시 개념의 고토구, 시나가와구 등은 엄청난 고층맨션과 바다를 끼는 오션뷰로 인기가 급상승하는 등 나름의 장점들 또한 많다.

아무튼 그래서 왜 나는 이타바시이고 그중에서도 타카시마다이라에 살고 있을까??

동네 인테리어 업자로부터 전해 들은 구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나름 업계의 구전이니 신뢰할만할 것인데,

이곳, 내가 사는 타카시마다이라는 도내 최고의 부자동네인 뎅엔쵸후의 주택가를 오마주 하여 주택개발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라고는 하더라)

그래서 우리 집 앞 공도는 무려 도로 폭이 6미터나 되고 일방통행길이라 한적하고 조용하다.

우리 집은 옆집과 때똑하게 붙어있지도 않다.

또 부자동네를 표방한 탓에 이자카야 혹은 작은 상점조차도 반경 1킬로(쯔음인듯) 안에는 입점할 수가 없기에 동네의 분위기는 더욱 고즈넉하고 조용하며 뭐랄까…약간 부자동네의 발끝느낌정도는 살짝 난다.

우리 동네가 가진 이런 장점들과 분위기가 이 동네를 떠날 수 없게 만든다.

나의 출퇴근 시간은 도어투도어로 1시간 15분 남짓, 아이의 등하교시간 역시 1시간 남짓이라 교통편리성만 놓고 보면 초4 아이에게도 못할 짓이고 37살의 직장인인 나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인 것은 분명한데 떠날 수가 없다.

부자 동네를 표방한 덕에 우리 집에선 무려 도쿄 내의 대표적인 고속도로에의 접근성이 매우 좋다.

수도고속도로 진입에 5분, 가이캉고속 진입에 10분, 칸에츠고속 진입에 15분이라는 엄청난 접근성을 갖기에 앞선 글에서 언급한 취미인 캠핑을 떠나기에 이만한 동네가 일단 없다.

그리고 23구이지만 북으론 사이타마를 마주하고 있어 큼지막한 공원도 매우 많아 꼭 캠핑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할 수 있는 일, 가족과 즐기는 피크닉 등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에 아주 신데렐라의 구두 같은 찰떡 같은 동네이다.

게다가, 내가 집을 지어 올릴 때만 해도 23 구라고는 하나 다른 동네에 비하면 아주 싼 값에 집을 지었기에(물론 그만큼 부동산가치가 오르기도 쉽지 않지만) 앞으로 더 비싼 값을 주고 위에 나열한 단점 가득한 다른 동네로의 이사를 꿈꾸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글이 길어졌다.

아무튼 나는 지금 우리 가족이 터 잡은 이곳의 삶에 100% 만족하고 있다.

날씨가 좋은 어떤 날, 지붕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진 하늘이 너무 예쁘다
이 집이 완공되었을 때, 이 다락공간을 어떻게 꾸밀까 셋이 오밀조밀모여 의논 했었다.

아, 맞다! 이웃도 너무 좋다!

이번 주엔 옆집의 매실나무에 가득 열린 매실을 따다 우메슈를 담글 테다!

(아오야나기 상, 매년 고맙습니다!!)

퇴근 중에 집 근처 육교를 건너던 중에 넘어가는 노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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