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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민 Oct 11. 2022

낭만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

낭만을 잊은 그대에게

"하얗게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요"
-닐 암스트롱


1969년 닐 암스트롱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를 가던 중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는 하얗게 빛나는 아름다운 호수를 봤다고 했다. 지구로 돌아온 그는 우주선에서 본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보석 같은 호수를 알아봤다. 그곳은 바로 우유니 소금 사막이었다.

'2022 버킷리스트: 우유니 사막에서 사진 찍기'

나의 버킷리스트에 올라간 이유는 단순했다. 인터넷에서 본 우유니 소금사막을 담은 사진은 아름답다 못해 환상적인 장소였다. 단지 그 사진 한 장만으로 꼭 가보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종류의 낭만을 느끼고 싶었다.



 




아침에 우유니 마을로 도착했다.

청명한 달과 떠오르는 햇살이 공존하는 조그마한 마을은 작고 낡은 건물들이 지어진 시골마을이었다. 먼저 지속된 야간 버스로 아픈 무릎을 이끌고 호텔에서 단잠을 잤다. 이후 우연히 만난 한국인 분들의 조언으로 우유니 투어를 예약했다. 꿈꿔온 우유니 사막에 가까워진 사실은 설렘, 기쁨, 기대 등의 모든 감정을 꺼내왔다.







오래된 기차들의 무덤

'우유니에 소금 사막 말고 다른 게 있나?'

기차 무덤


바로 소금 사막으로 향할 줄 알았던 투어는 다른 관광지들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처음 도착한 곳의 이름은 일명 '기차 무덤'이었다. 폐기된 녹슨 열차들이 공터에 아무렇게나 널려있었다. 1900년대 초중반에 볼리비아의 은과 광물들을 싣고 항구로 향하는 중간 기착지였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일 뿐 일수도 있다. 

하지만 카메라의 빛으로 과거를 비추는 것은 뼈가 남은 시신을 빼내어 밝은 곳에 다시 묻는 이장행위 같았다. 과거의 은 생산으로 부유국이었던 볼리비아, 스페인의 식민지로 모든 은을 빼앗긴 볼리비아의 과거 모습들을 희미한 현상으로 바라본다.






만들어진 소금에 대하여-콜차니 마을

우유니 사막의 입구에 있는 콜차니 마을이다. 덧대어 놓은 지붕들이 굉장히 낡아 보였다. 소금이 가득한 내부로 들어갔다. 주민분께선 소금의 생성과 정제 과정을 설명해주면서 다양한 장치들도 보여주었다. 외부에는 제련된 소금의 다양한 조각들뿐만 아니라 볼리비아의 정체성을 담은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소금의 제련 과정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우유니 소금 사막

"운전사들은 길을 어떻게 찾아가는 거지? 다 똑같아 보이는데."

콜차니 마을을 벗어나자 새하얀 소금이 온 세상에 펼쳐졌다. 길 잃어버리기가 가장 쉬운 일일 것만 같은 이곳에서 가이드님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하얀 땅과 파란 하늘은 동화 속에 나와야 하는 풍경이었다.


차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다. 한 웅덩이에선 온천처럼 뽀글뽀글 물이 나오는 진귀한 풍경이 일어나고 있었다. 소금 위를 자박자박 밟으면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하얀 땅의 마지막에 보이는 지평선과 그 위로 펼쳐지는 파란색 수채화 물감으로 칠한 듯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꽁꽁 어는 듯한 추위도 잊고 오랜 시간 걷으며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이 순간을 즐겼다.


우유니 소금 사막을 달리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집

"한국 국기다!"

점심 식사를 위해서 간 소금으로 만든 집 옆에는 국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함께 투어를 하는 콜롬비아 친구와 영국 친구는 내 국기를 찾아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 한국 국기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가이드님이 직접 싸오신 음식들을 먹으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소금으로 만든 집 안에는 소금으로 만든 장군상, 라마 동상 등이 있었다. 특별한 집에서 먹는 밥은 익숙한 맛도 특별한 기억으로 만들어 주는 듯했다.

 

여러 나라의 국기들
점심을 먹은 소금으로 만들어진 집


버킷리스트! 소금 사막에서 사진 찍기

드디어 소금 사막에서만 남길 수 있는 특별한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다.

가이드님을 열정적으로 원근감을 이용했다. 가져오신 공룡과 프링글스 통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공룡에게 잡아먹힐 듯한 사진과 프링글스 통에 빨려 들어가는 사진 등이 완성된다. 광활한 땅에서 점프샷도 놓치지 않았다. 친해진 투어 친구들과도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경적소리) 빵! 빵! 빵! 빵! 빵!"

차가 한 바퀴 돌면 가이드님은 경적을 눌렀다. 우리는 일렬로 서서 경적소리에 맞춰 정해놓은 포즈로 바꿨다. 다들 다리의 경련이 일어날 것 같다면서 빵 터지면서도 견뎌냈고 그 상황을 즐겼다. 프링글스 통에서 춤추면서 한 명씩 나오면서 들어가는 영상 등 재미있는 영상을 많이 남기게 되었다.


원근법을 이용한 사진
소금사막 속의 선인장 섬=사막 속의 오아시스?


"선인장 엄청 크다"

우유니 사막에 있는 선인장 섬인 잉카와시(incahuasi)로 이동한다. 거대한 선인장들이 있는 섬을 멀리서 보면 물고기 같아 보여서 물고기의 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 년에 10cm씩 자라는 선인장은 그 크기가 1미터에서 3미터가 넘는 것도 있었다. 높은 고도로 인해 숨이 찼고, 힘든 산행 끝엔 지금껏 본 적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꼭대기에선 만세를 외쳐주었다.


물고기의 섬


반짝이는 새하얀 호수로 변한 소금 사막


"이거구나"

물이 찬 우유니 사막은 큰 거울이 되어 있었다. 해가 조금씩 내려앉는 이곳은 계속해서 색상을 바꿨다. 어느덧 분홍빛으로 변한 하늘과 멀리 보이는 산이 지평선 아래로 접은 후 펼친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졌을 땐 이 찰나의 영롱한 순간을 어떻게든 붙잡아 보겠다면서 사진을 담곤 했다.


발가락이 얼어붙을 날씨에도 이 정도의 고통쯤은 참을 수 있다면서 넋을 놓고 거울 위를 걸으며 자연을 마주했다. 우리는 이 순간을 여러 장의 사진 속에 담을 순 있지만 현재는 결국 지금 여기에만 존재함을 알고 있었다.

거대한 자연의 거울 앞에 서서
인상주의 화가처럼 찰나의 순간을 담다


낭만이란 무엇일까?

하늘이 붉게 타오르는 시간엔 차를 타고 달렸다. 위엄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현실에 메이지 않는 감상적인 시간을 가졌다. 나의 마음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석양은 그저 더 따스하고 붉었을 뿐이다. 따뜻함이 마음속에 한 덩어리로 자리 잡았는지 보랏빛 어둠이 찾아와도 끄떡없었다.


차에 내려 올려다보는 하늘에선 반짝이는 것이 쏟아져내렸다. 위로 꺾은 고개는 내려오지 않았고 마침내 다시 제위치로 오던 고개는 빨강과 보라가 그러데이션처럼 한 폭의 그림으로 내려앉는 장면을 포착했다. 우주가 된 사막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감동을 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자유와 행복도 계속되길 바랐다.  




낭만은 물색없고 실없는 뜬구름일 수 있다.

하지만 사는 이유와 목적에 대한 질문에는 낭만이 들어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유니 마을에 도착했다. 포장마차 의자를 끌고 와서 옹기종기 모인 아주머니들, 어슬렁 거리는 수많은 강아지들, 길거리에서 추운 날씨에도 물건을 파는 상인들. 현실과 마주했다.

가이드님의 추천 맛집에서 투어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각자 살아온 삶의 단편적인 면을 이야기하면서    현실을 끄집어낸다. 전의 직장에서 회의감을 느꼈다던 친구의 표정은 현실을 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후에 꿈꾸는 미래를 신나게 이야기했다. 세상은 현실이다. 낭만을 꿈꾸면서 질문을 하곤 현실은 답을 동반한다. 둘은 외면할  없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우리는  다른 낭만이 가득한 질문과 목적을 계속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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