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11화
"안 하면 안 돼요?"
"이거 하면 뭐 해줘요?"
"귀찮은데 안 하면 안 돼요?"
"하기 싫어요."
예전에는 듣지 못했던 말이 요즘 교실에서 자주 들려온다.
수업 시간에 교사가 제시하는 활동을 하기 싫다고 투정 부리고, 하면 뭐해줄 거냐고 보상부터 묻는다. 자신은 귀찮은 게 싫다며 이거 꼭 해야 하냐고 안 하고 버틴다. 수학 시간에 가르쳐 주는 받아 올림과 받아 내림도 귀찮다고 하기 싫단다. 안타깝게도 이런 아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학생에게 이런 소리를 들으면 나는 힘이 쭈욱 빠진다.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은 열정도 조금씩 사그라지는 것만 같다. 요즘 내가 느끼고 있는 교사로서의 무력감은 이 작은 소리로부터 시작한 건 아닐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힘이 빠지는 소리가 있다면 힘을 주는 소리도 있는 법.
그렇다면 교사에게 힘을 주는 소리는 무엇일까.
"선생님에게 힘이 되는 말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면
좋아요. 사랑해요. 감사해요. 최고예요. 등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다 너무 좋은 말이지만, 나에게는 이 말이 최고다.
수업을 하다가 아이들 틈에서 이 소리가 들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교사에게 힘을 주는 소리.
수업할 맛 나게 하는 소리.
재미가 다인 아이들에게 이 말이 나왔다는 것은 수업이 기대된다는 뜻이다. 얼른 배우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워낙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 시대이기에 아이들 입장에서는 수업이 참 지루하다. 쉬는 시간에는 그렇게 활동적인 아이들이 수업 시간이면 나무늘보로 변신한다. 세상 느리고 의욕이 없다. 하기 싫다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친구까지 있으면 수업을 끌고 가기 힘들어진다. 힘이 쭉 빠지는 순간.
그런 순간에 눈을 반짝이며 "재밌겠다!"라고 이야기해 주는 아이가 있다. 정말 예쁘고 고마운 친구 같으니라고. 신기하게도 그 아이의 한 마디 덕분에 수업 분위기가 스르르 바뀐다.
"어? 진짜 재밌나?"
한 명의 작은 외침이 다른 아이들 마음속에 파동을 일으킨다. 그 한 명 덕분에 수업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변한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 나는 그 아이에게 과할 만큼 고마움을 표한다.
"어머~ 재밌겠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워. 선생님이 힘이 나는걸. 너는 너 말처럼 재밌게 잘 배울 수 있을 거야."
교사의 칭찬에 다른 아이들 눈빛이 흔들린다.
어? "재밌겠다."고만 했는데도 칭찬을 받잖아.
싫다고 투정 부렸던 친구의 눈빛도 흔들린다.
저학년일수록 교사의 칭찬에 행동변화가 크다.
다음 시간이면 더 많은 친구들이 "재밌겠다."라고 이야기해 준다. 당연히 수업 분위기는 좋아질 수밖에. 말을 뱉고 나면 정말 마음도 그렇게 되니까.
감사하게도 1년에 한 명은 꼭 "재밌겠다."라고 이야기해 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덕분에 나는 수업 시간에 힘을 내서 가르칠 수 있었다. 무력감을 물리치고 열정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게 가르치는 맛이지 하고 내 직업에 보람을 느끼고 뿌듯할 수 있었다. 그 고맙고 예쁜 친구 덕분에.
"재밌겠다."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올해도 있다.
이 친구는 내 브런치에 연재되어 있는 <삶의 태도는 연결되어 있구나> 글의 주인공이다.
참 신기하다.
정말 삶의 좋은 태도는 연결되어 있나 보다.
밥만 잘 먹는 게 아니라, 수업 태도만 좋은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말하는 마음도 예쁘다.
교직생활을 오래 할수록 느끼는 것이 있다.
내가 잘 가르쳐서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게 아니라는 것.
이런 보물 같은 예쁜 아이들 덕분에 우리 반은 점점 더 좋은 반이 되어가고, 나도 꽤 괜찮은 선생님처럼 느껴진다는 것.
그래서 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연재를 시작했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