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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괜찮아.

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12화

by 정감있는 그녀



E는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다.

학부모 상담 때 어머니께서는 아이에 대해 진솔하게 다 오픈하셨다. 감추고 숨길 수도 없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 상황을 받아들였고 앞으로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졌다.



마음이 단단한 어머니셨다.

보드게임이나 놀이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 친구들에게 타박을 받고 놀림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모습. 오늘 배운 것을 내일 잊어버릴지라도 계속해서 가르치고 잡아준다는 모습. 지금보다도 더 후퇴하는 상황이 올 것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어머니의 단단함은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보통 또래와 다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님께서는 예민한 경우가 많다. 아이가 피해받는 것을 신경 쓰고, 사소한 일에도 걱정했으며, 잘 지낼 수 있을까 불안함을 내비칠 때가 많았다.



하지만 E 어머니께서는 다르셨다. 최대한 집에서 반복해서 가르치고, 학교 생활을 무난하게 보낼 수 있도록 밑바탕을 마련해 주셨다. 그 외의 몫은 아이가 해낼 수 있게 믿어주셨고, 교사에게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셨다. 부족한 아이를 맡겼다고 낮은 자세로 조심하거나 과한 감사 표현도 없었다. 정말 담담하고 담담하고 담담한 그 자체랄까.



나는 그게 참 좋았다. 나에게 과한 요구와 기대를 하지 않아서 아이를 대하거나 교육할 때 부담스럽지 않았다. 특별하지 않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담담한 태도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담담한 어머니를 닮은 묵묵히 해내는 아이. E는 느리더라도 끝까지 해내는 기특한 아이였다.

어렵고 힘들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면 쉬는 시간까지 책임감 있게 해냈다. "안 할래요."라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 모둠 활동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고, 어눌한 말솜씨지만 발표도 곧잘 했다.



E는 글씨도 대충 쓰는 법이 없었다. 천천히 바르게 쓰려고 노력하고 과제도 성실하게 잘해왔다. 무엇을 그릴지 몰라 머뭇거릴지언정 그리기 시작하면 시간이 마칠 때까지 열심히 그리고 색칠했다. 집에서 반복적으로 연습해서 2학년 수학도 그럭저럭 잘 해냈다. 간혹 돌발상황이나 처음 경험하는 일에서 또래와는 다른 반응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E 때문에 수업에 지장이 있거나 내가 가르치기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대충 하고 놀려고만 하는 다른 남자아이들과 다르게 느려도 끝까지 해내는 E가 참 예뻤고, 마음속으로 많이 응원했다.



지능은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태도였다.

지능은 낮아도 태도는 최고였던 E.



느려도 괜찮다.

느려도 꾸준히 달렸던 거북이처럼 언젠가는 골에 다다를 테니.

느리지만 결국은 해낼 테니.

앞으로의 학교 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묵묵히 해 낼 거라 믿는다. E는 충분히 그럴만한 태도를 가지고 있고, 그 뒤에 담담하게 지켜보고 도와주고 있는 어머니도 계시니까.



선생님이 마음속으로 많이 응원한다.

충분히 잘하고 있어. E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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