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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17화

by 정감있는 그녀

츤데레 : 겉으로는 쌀쌀맞고 무뚝뚝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하고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해마다 츤데레 스타일의 아이를 만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해 보이고 무뚝뚝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정하고 세심한 아이.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행동을 보면 그 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자세히 봐야 그 아이의 진가가 보인달까. 츤데레 친구를 발견할 때면 교사로서 괜히 뿌듯하다. 저 아이의 진가를 내가 알아봐 준 것 같아서.


츤데레 스타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S였다. S는 키가 아주 크고 까맣고 축구를 잘하는 여자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해오고, 미래의 꿈도 축구선수라 운동을 잘하고 승부욕이 센 편이었다. 남자아이들 틈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말을 툭툭 내뱉고 거친 면이 있었다.


친구들과 고루 잘 지내는 편이었는데, 운동을 잘해서인지 남자아이들과 친하게 잘 지냈다. S는 여자 아이들보다 야무지지 못하는 남자아이들을 잘 챙겼다. "너 이것도 못하냐?" 하면서 구박을 하면서 챙겨줘서 문제였지만, 남자아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나 또한 말은 툭툭 거려도 챙겨주려는 S의 마음이 보여 크게 뭐라 하지는 않았다.


학부모 상담 기간, S어머니께서 방문 상담을 오셨다. S가 츤데레 스타일인 것 같다고, 말은 무뚝뚝해도 마음이 따뜻하다고 이야기하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다.

이야기를 들으니 3학년 때 학교생활이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담임 선생님에게 지적을 많이 받아 자존감이 낮아졌고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많이 했단다. 운동을 잘하고 승부욕이 센 아이라 게임을 할 때 참견을 많이 하고, 본인이 다 하려고 해서 선생님께 지도를 받은 것 같았다. 말을 거칠게 해서 친구들이 싫어했다고도 하고.


"4학년 와서는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였는데, 선생님이 보시기에 잘 지내고 있나요?"

어머니께서는 3학년 학교 생활을 이야기하신 후 지금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3학년 때 힘든 시간을 보내서인지 이제는 잘 조절하나 봐요. 친구들에게 간섭을 많이 하거나 본인이 다 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잘 챙겨줘서 제가 더 고마운걸요. "


아마 3학년 때는 챙겨주려는 마음이 앞서 친구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더 간섭을 했나 보다. 야무지고 승부욕이 있는 아이라 게임할 때 감정 조절을 못하고 더 선을 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툼이나 갈등도 더 많았을 것이고. 하지만 S도 컸는지, 3학년 때의 시간으로 성장한 건지, 4학년에 와서는 큰 다툼이나 갈등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다만 말을 툭툭 해서 예쁜 행동을 다 가리고 있는 게 안타까웠을 뿐.


어머니와 상담을 한 후 S 마음이 더 잘 보였다. S는 답답해도 친구가 하도록 기다려주려고 노력하고, 운동할 때도 자신의 승부욕을 자제하려고 애썼다. 분명히 S는 노력하고 있었다. 기특했다. 그 모습이 예뻤다. 그래서 난 더 S에게 다가갔다.


툭툭대는 S에게 "츤데레야. 츤데레." 하며 놀리기도 하고, 친구를 잘 도와줘서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을 조금만 더 부드럽게만 하면 최고."라고 가벼운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학기 말, 마지막 쪽지 상담 시간.

1년을 보낸 소감을 문장으로 표현해 보는 활동을 가졌다. S의 활동지를 보며 기분이 몽글몽글 행복해졌다.

우리 츤데레 S, 내 반이 되어서 행복하다고 첫 문장부터 감동을 팍팍 주는구나.

평소 말을 하지 않아 몰랐는데, 나를 향한 마음이 참 예뻤다.

예쁜 마음을 간직한 S에게 조용히 가서 말했다.

"나도 네가 우리 반이어서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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