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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Sep 30. 2024

입학이 코 앞인데 아직도 한글이 안된다니!

좌충우돌 집공부 4화




더듬더듬 읽는다.

받침 있 글자를 자연스럽게 이어서 읽기 어려워한다.

이중모음이 나오면 멈칫한다.

겹받침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른다. 





7살 끝자락 딸의 한글 실력이었다. 자음과 모음의 소릿값을 어느 정도 알고 받침 없는 글자를 잘 읽을 수는 있었다. 받침이 있는 글자를 읽는 확률은 반반! 소리 나는 대로 쓰기를 했고, 이중모임과 겹받침은 읽기 어려워했다.


준비가 되었을 때 한글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러다가 너무 늦어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아, 너무 늑장을 부렸나.'


딸이 7살이었던 해에 '읽기 따라잡기'라는 연수를 들었다.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배우는 연수였다. 그 연수에서는 아이의 문해력테스트지와 함께 단계별 읽기 자료도 제공해 주었다.



단계별 읽기 자료는 아주 유용했다. 가지고 있던 그림책 중에서 아이의 수준에 맞는 것이 생각보다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읽기 자료는 단계별로 어절 수가 늘어가고, 아이가 반복해서 읽을 수 있게 문장이 구성되었다. 작고 얇아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았다. 내용이 재지는 않았지만 읽기 연습용으로 괜찮았다.


하루에 1~2개씩 읽기 자료를 소리 내어 읽었다.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여러 번 읽었다. 잘 읽게 되면 다음 단계 그림책을 읽었다. 어절 수도 많아지고 받침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양이 많지 않아 아이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글밥과 단계가 높아지는 성취감과 함께 읽기 공부는 꾸준히 계속되었다. 그리고 꾸준히 했던 이 시간은 어느 순간 아이의 성장으로 돌아왔다. 아이의 성장은 더딘 것 같아 보여도 눈에 보이지 않아 보여도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땅 속의 씨앗이 싹이 트듯 아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성장했다. 그리고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과 같이 '어라? 이게 된다고?' 하는 시점이 왔다.




아이만 노력한 건 아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읽고 나도 나름대로 책을 자주 읽어주려고 노력했다. 따로 한글 교재를 하거나 쓰기 연습을 하지는 않았다.

(7살 초기에 했던 쓰기 공부에 데인걸수도.)


대신 딸은 관심 있는 가사를 따라 쓰며 스스로 쓰는 활동을 종종 했다.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 저렇게 긴 글도 집중해서 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전보다 더 다양해진 레퍼토리로 편지도 자주 썼다. 놀이를 하면서 간판을 만들거나 메뉴판을 만드는 등 한글을 쓰는 활동이 늘어갔다. 자음과 모음의 소릿값을 알아 정확한 받침이 아니더라도 비슷하게라도 쓸 수 있었다.





8살, 누군가는 영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나이지만 딸은 한글 공부만 했다. 한 글자씩 더듬더듬 읽던 게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어려운 받침은 멈칫하기도 하고 더듬거리기도 하지만 쉬운 단어들로 구성된 그림책은 자신감 있게 소리 내어 읽게 되었다.



휴... 한시름 놓았다.

이 정도면 학교에 입학해도 되겠구나.



아이가 스스로 읽을 때 생각보다 수준이 낮은 그림책이 필요했다. 유아들이 볼 것만 같은 그림책 말이다. 한 페이지에 한 문장정도 있는 그림책이 읽기 독립을 할 때 알맞은 수준이었다. 아이의 듣기 수준은 높았지만 읽기 수준은 낮기에 글밥이 많은 그림책을 읽게 되면 부담스러워했다.


한 페이지에 한 문단 정도 있는 그림책은 엄마가 읽어주면 된다. 책 읽어주기는 많이 읽어줄수록 좋으니까. 아이는 좀 더 간단한 그림책을 스스로 읽는 게 아이 마음에도 좋고 효과도 좋았다.



아이는 그림책을 읽어가며 조금씩 읽기 유창성이 향상되었다. 숫자도 1부터 100까지 순서대로 쓸 수 있었고, 10 이하의 덧셈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속도는 느리고 손가락과 구체물을 사용해야 했지만 말이다. 입학해서 배우면 되니까 미리 너무 앞서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초등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 있게 기본을 만들어준다며 매일 했던 공부가 우리 집공부의 시작이었다.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방황하기 쉽고, 길을 잃을 확률이 높아진다. 목표가 있으면 샛길로 새다가도 다시 원래의 방향으로 길로 돌아올 수 있다. 아이를 키울 때도 목표를 세우니 훈육의 방향이 확실해졌다. 집공부도 목표를 생각하는 게 먼저였다.


집공부를 왜 하는가?

집공부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본격적인 집공부에 들어가기 전에 생각해야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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