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때문에 미치겠어요!

마들랜 2화: 간신히

by 정감있는 그녀


5살 아들 때문에 미치겠어요.



아들이 5살이던 무렵 인터넷 검색창에 제가 쓴 내용입니다. 엔터키를 누르니 '미치겠어요' 시리즈마냥 검색 결과가 좌르르...

저처럼 미칠 것 같다는 엄마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4살, 5살, 7살 나이도 상황도 각지각색이었습니다. 나와 같은 엄마가 많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더군요. 내 아들이 정상인가 보다 하고 안심도 되었습니다.


왜 아들은 하지 말라면 한 번 더 하는 걸까요?

왜 아들은 위험한 행동만 골라할까요?

왜 아들은 말하면 들.어.쳐.먹.지. 않을까요?


제 표현이 너무 과격한가요?

그런데 '듣지 않을까요?'라는 말로는 당시의 열받음을 100퍼센트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저도 고상하고 우아하게 말하고 싶다고요. 엉엉.


저는 아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육아 상황에서 딸과는 다른 반응으로 엄마를 당황하게 만들었거든요. 슬슬 눈치 보며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고, 엄마의 감정폭발지점이 어딘지 항상 실험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등짝 때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뒤통수 한 대 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놔두고 가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참지 못하고 폭발할 때도 있었지만, 간신히 참으며 하루하루 버텼어요. 그러다 검색창에 저 문구를 쓰게 된 거죠. 아들을 이해하려고 책도 읽고, 유튜브 영상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그때 발견한 아들연구소 '최민준' 소장님. 아들 교육 전문가시더군요. 어쩌면 엄마 흉내를 그렇게 잘 내시는지. 저 보는 줄 알았습니다. 아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제가 다 하고 있었어요. 아들에게 맞지 않는 훈육법으로 아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강의가 너무 재밌어서 웃으면서 봤습니다. 아들 마음도 조금씩 알게 되었고요. 아들이 짠했습니다. 본인 딴에는 노력하고 있는데 엄마 성에 차지 않았으니까요. 자기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의 본능인데 여자인 엄마는 못마땅했으니까요. 많이 뉘우치고 배웠습니다.


아들은 아니, 남자는 인정받는 걸 좋아한다고 합니다.

아들도 남자였던 거지요. 인정해 주고, 믿어주고, 훈육은 깔끔 단호하게!


"엄마 눈 바라봐."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아들을 집중시키고 할 말을 했습니다. 길게 말해봤자 듣지 않으니 핵심만 간단하게요.


내리막길에서 무지막지하게 뛰는 아들에게 하지 말라는 말보다 인정부터 해줬습니다.

"우와! 너 달리기 빠르다. 내리막길은 위험하니까 저기 평지에서 한 번 더 뛰어볼래?"


"아침에 밥 다 먹고 바로 양치질했네. 엄마가 말하기도 전에 말이야. 잘했다."

아들이 노력하는 부분이 보이면 완벽하지 않아도 칭찬했습니다.


5살에 정점을 찍은 아들은 6살 때는 좀 더 사람이 되었고, 7살인 지금은 어느 정도 말이 통합니다. 학교 보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간신히 참는 일이 줄어들었을까요? 이렇게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잖아요.





딸: 엄마는 단호박이야.

엄마: 왜?

딸: 단호박처럼 단호하지만 단호박 속처럼

부드러울 때도 있어.

엄마: 와,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데...

그래. 엄마는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엄마가 되고 싶어.


옆에서 듣고 있던 아들이 끼어듭니다.


아들: 엄마는 화단호박이야.

엄마: 왜?

아들: 화도 내고 단호하니까.

엄마: 엄마가 화만 내?

아들: 사랑도 주지.

엄마: 그럼 좀 바꿔봐 봐.

아들: 화단호박사랑이야.

아니 아니, 화단호박사랑단호박이야.

엄마: 단호박이 2개나 들어가는데?

아들: 엄마는 엄청 단호하니까 2개 들어가야 해.


(부들부들) 내가 왜 단호해졌을까? 아들아? 응?

오늘도 저는 간신히 참습니다. 아들의 깐죽거림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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