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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Oct 20. 2024

아들 때문에 미치겠어요!

마들랜 2화: 간신히 



5살 아들 때문에 미치겠어요.



아들이 5살이던 무렵 인터넷 검색창에 제가 쓴 내용입니다. 엔터키를 누르니 '미치겠어요' 시리즈마냥 검색 결과가 좌르르...

저처럼 미칠 것 같다는 엄마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4살, 5살, 7살 나이도 상황도 각지각색이었습니다. 나와 같은 엄마가 많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더군요. 내 아들이 정상인가 보다 하고 안심도 되었습니다.


왜 아들은 하지 말라면 한 번 더 하는 걸까요?

왜 아들은 위험한 행동만 골라할까요?

왜 아들은 말하면 들.어.쳐.먹.지. 않을까요?


제 표현이 너무 과격한가요?

그런데 '듣지 않을까요?'라는 말로는 당시의 열받음을 100퍼센트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저도 고상하고 우아하게 말하고 싶다고요. 엉엉.


저는 아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육아 상황에서 딸과는 다른 반응으로 엄마를 당황하게 만들었거든요. 슬슬 눈치 보며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고, 엄마의 감정폭발지점이 어딘지 항상 실험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등짝 때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뒤통수 한 대 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놔두고 가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참지 못하고 폭발할 때도 있었지만, 간신히 참으며 하루하루 버텼어요. 그러다 검색창에 저 문구를 쓰게 된 거죠. 아들을 이해하려고 책도 읽고, 유튜브 영상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그때 발견한 아들연구소 '최민준' 소장님. 아들 교육 전문가시더군요. 어쩌면 엄마 흉내를 그렇게 내시는지. 보는 알았습니다. 아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제가 하고 있었어요. 아들에게 맞지 않는 훈육법으로 아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강의가 너무 재밌어서 웃으면서 봤습니다. 아들 마음도 조금씩 알게 되었고요. 아들이 짠했습니다. 본인 딴에는 노력하고 있는데 엄마 성에 차지 않았으니까요. 자기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의 본능인데 여자인 엄마는 못마땅했으니까요. 많이 뉘우치고 배웠습니다.  


아들은 아니, 남자 인정받는 걸 좋아한다고 합니다.

아들도 남자였던 거지요. 인정해 주고, 믿어주고, 훈육은 깔끔 단호하게!


"엄마 눈 바라봐."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아들을 집중시키고 할 말을 했습니다. 길게 말해봤자 듣지 않으니 핵심만 간단하게요.


내리막길에서 무지막지하게 뛰는 아들에게 하지 말라는 말보다 인정부터 해줬습니다.

"우와! 너 달리기 빠르다. 내리막길은 위험하니까 저기 평지에서 한 번 더 뛰어볼래?"


"아침에 밥 다 먹고 바로 양치질했네. 엄마가 말하기도 전에 말이야. 잘했다."

아들이 노력하는 부분이 보이면 완벽하지 않아도 칭찬했습니다.


5살에 정점을 찍은 아들은 6살 때는 좀 더 사람이 되었고, 7살인 지금은 어느 정도 말이 통합니다. 학교 보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간신히 참는 일이 줄어들었을까요? 이렇게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잖아요.





딸: 엄마는 단호박이야.

엄마: 왜?

딸: 단호박처럼 단호하지만 단호박 속처럼

    부드러울 때도 있어.

엄마: 와,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데...

          그래. 엄마는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엄마가 되고 싶어.


옆에서 듣고 있던 아들이 끼어듭니다.


아들: 엄마는 화단호박이야.

엄마: 왜?

아들: 화도 내고 단호하니까.

엄마: 엄마가 화만 내?

아들: 사랑도 주지.

엄마: 그럼 좀 바꿔봐 봐.

아들: 화단호박사랑이야.

       아니 아니, 화단호박사랑단호박이야.

엄마: 단호박이 2개나 들어가는데?

아들: 엄마는 엄청 단호하니까 2개 들어가야 해.


(부들부들) 내가 왜 단호해졌을까? 아들아? 응?

오늘도 저는 간신히 참습니다. 아들의 깐죽거림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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