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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Oct 13. 2024

같은 듯 다른 나

마들랜 1화 : 민망하지만 자기 자랑글입니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으면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저는 "어우! 아니에요!" 하고 손사래를 치거나 뒷걸음질 치던 사람이었습니다. 칭찬받으면 민망하고 쑥스러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나이가 든 지금은 조금 뻔뻔해져서 "어머, 고맙습니다. 호호호"하고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민망함과 어색함있어요.

그래서 나를 자랑하는 이 글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네요.


우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어요.

저는 크게 세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더군요.


엄마, 교사, 그냥 나


그냥 '나'로 태어나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고,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라는 역할도 맡았습니다. 어쩌면 제 삶은 세 정체성의 균형을 위해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같은 '나'이지만 각 정체성별로 다른 사람 같기도 해요.


같은 듯 다른 나.

엄마로서 교사로서 그냥 '나'로서 어떤 매력이 있을까 들여다보았습니다.





#엄마로서의 나


저는 실수도 잦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욱하는 엄마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사이가 좋습니다. 제가 표현 하나는 잘하거든요. 실수하거나 오해했을 때, 쿨한 인정과 함께 바로 사과하는 편이에요. 남편에게는 지는 것 같아서 잘 안 하는데, 아이들에게는 잘합니다.

사과 표현뿐 아니라 애정 표현도 잘해요. 아침에 출근할 때나 잠잘 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자주 안아줘요.

아이들을 재울 때면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아들이 참 좋아합니다.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들은 배시시 웃다가 뭔가 답을 하고 싶었나 봐요.

"엄마가 내 엄마여서 좋아."

표현은 새로운 표현을 낳았습니다. 아들의 애정 표현으로 인해 마음이 시릴 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교사로서의 나


교사는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행정업무도 해야 합니다. 저는 학교 업무가 어려워요. 절차도 복잡하고, 공문 쓰는 건 왜 이리 까다로운지.

다행히 수업하는 건 좋아합니다. 저만의 수업 루틴이 있어 교과서와 노트만으로도 알차게 수업할 수 있습니다. 짝이나 모둠활동을 하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시키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글쓰기로 마무리까지. 참여, 공유, 쓰기의 과정으로 배움을 이끌어갑니다. 

작년 제자들이 와서 선생님 수업은 재밌었다고 이야기해 줄 때가 많아요. 별다른 활동지나 게임이 없어도 수업 루틴으로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할 수 있습니다.

기본학습훈련도 꾸준히 지도합니다. 그래서 저희 반 학습 분위기가 안정적인 편이에요. 수업 태도가 좋기 때문에 교담선생님께서 공개수업을 하시면 저희 반을 데리고 한답니다.

"빛솔반은 수업 태도가 좋아요." 칭찬도 해주시고요. 예쁜 아이들 덕분이지만 그래도 제 지도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숟가락 얹어봅니다.



#나 자체로서의 나


엄마로서 교사로서 살다 보니 정작 나 자체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급하게 처리할 업무나 오늘 해야 할 일에 밀려 본질적인 고민은 후순위가 되어버렸네요.

이번에 읽은 <퓨처셀프>라는 책에 10년 전의 나를 생각해 보고, 10년 후의 나를 예상해 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10년 전의 나를 떠올려보니 저는 지금의 내가 더 좋더라고요. 아마 지금의 나보다 10년 후의 나를 더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나이가 들수록 더 괜찮은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장점 중에서 딱 한 가지만 자랑할 수 있다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를 말하고 싶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부족하고 실수투성이라도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덕분에 제 삶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40대의 저는 지금보다 더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고, 성숙한 사람으로 주변 사람들을 도우며 살 거라고 상상해 봅니다.






평소 부족한 점, 실수한 일은 자주 생각하면서 내가 가진 멋진 모습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찬을 받으면 쑥스러워하고, 내가 가진 장점을 누구나 가질만한 흔한 것으로 취급했어요.

하지만 하나하나 꺼내보고 살펴보니  이만하면 꽤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마. 들. 랜(마음을 들여다보는 랜선 글쓰기)을 구우며 오늘처럼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겠지요. 나를 알고 서로를 알아가는 이 시간이 얼마나 근사할지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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