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세연 Oct 17. 2024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박람회에 들렀다가 우연히 한 장의 엽서를 집어 들었다. 색감이 부드럽고 디자인이 단아해 눈에 띄었지만, 특별한 용도는 없었다.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샀고, 집에 돌아와 방 한 켠에 두었다. 그렇게 엽서는 시간이 흐르며 잊혀졌다. 나 역시 그 엽서를 거의 떠올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게 되었다. 물건을 포장하다가 문득 그 엽서가 떠올랐다. 그동안 잊고 있던 엽서를 다시 손에 들었을 때, 이 엽서가 친구에게 가기 위해 남아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산 엽서에 짧은 편지를 적어 함께 보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마음이 그 엽서에 담겼다. 편지는 길지 않았지만, 진심은 오롯이 깃들어 있었다.


며칠 후, 친구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엽서와 함께 받은 선물을 찍은 사진과 긴 감사의 말이 이어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말하지 않으면 진심은 마음속에 남아버린다는 것을,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엽서 한 장이 내게 다시금 상기시켜 준 그 단순한 진리를 나는 그때 새롭게 마주했다.


사람들은 가까운 이들에게 오히려 말을 아낀다. 우리는 익숙함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 속에서 마음은 침묵 속에 묻히곤 한다. 표현하지 않은 진심은 결국 닿지 않는다. 엽서를 통해 나는 그 사실을 다시금 배웠다. 말하지 않으면, 우리의 마음은 그저 내 안에 머물 뿐이라는 것을.


삶은 흘러간다. 무심히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표현할 기회를 놓치곤 한다. 때로는 너무 늦게 그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다정한 말 한마디, 진심이 담긴 작은 표현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 엽서 한 장이 가르쳐주었다. 다정함은 말로 표현될 때 비로소 온전히 전해진다. 말하지 않으면, 그 마음은 나만의 것이 되고 만다.


진심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스스로 빛을 발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빛을 드러내는 건 언제나 우리의 몫이다. 말하지 않으면 마음은 침묵에 갇히고, 표현되지 않은 다정함은 스쳐 지나갈 기회로 남는다. 엽서가 내게 일깨운 것은 그리 특별한 진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결국, 진심은 표현될 때 가장 아름답다.


신세연 드림.

이전 20화 소란이 가라앉은 밤, 나를 돌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